김 기 봉[행정자치부 주민서비스 혁신추진단 민간협력팀장]

화천군은 인구 2만3천여 명의 작은 군이다. 그런 화천군이 요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고장은 원래 기름진 옥토가 많아 부자가 많이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농사일로 품을 팔면 쌀로 품삯을 받았다고 하여 토고미(土雇米)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 마을이 도시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성공하였다.

그러더니 겨울엔 ‘산천어축제’라는 것을 개발하여 전국에서 수십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였다. 산천어축제의 외지인 비율은 95.6%로 전국 축제 중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산천어축제를 계기로 화천을 방문하게 되었다는 비율이 98%로 전국 1위다.

그런 화천군이 이번에는 베스트셀러 작가인 소설가 이외수를 유치하였다. 다목리라는 마을에 ‘감성마을’을 만들어 작가를 모셔간 것이다. 그 이외수 선생을 만나기 위해 지난 7월 31일, 춘천 마임축제의 예술감독인 유진규 선생과 함께 만나러 갔다.

늦은 장마와 집중폭우로 길은 엉망이었다. 문화관광부의 연구용역 과제 중 하나인 ‘유명예술가 유치에 따른 가치평가 분석’에 정책적 대안으로 제시하기 위해서 인터뷰 요청을 하고 찾아간 것이다. 화천군에서 11억원을 들여서 집필실 등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직접 군수가 앞장서서 유치한 경우였다.

그 분과 3시간 정도 이야기하면서 살아있는 ‘문화콘텐츠사전’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미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을 ‘감성마을’이라 작명하고 이 지역의 발전을 위한 많은 생각을 하고 계셨다. 선생은 지금 우리나라 예술 현실을 “예술가들을 사막에다 놓고 자생하라”는 격이라면서 문화예술 정책 환경의 빈곤을 아쉬워했다.

선생은 자신의 가치를 알고 유치해 준 화천군에 대해서 고맙고, 그 화천군을 위해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역주민들과는 갈등이 많다고 말씀하셨다. 문화가치에 대한 평가가 공유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감성마을’을 유원지화 하려고 하는 경향들이 나타난다고 하셨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에게서 느낀 감동은 싸구려 상업 작가가 아닌 마을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지역문화운동가의 기를 받았다는 것이다. 선생은 “문제는 주민들의 자발성이다”라면서 주민들의 의식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는 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고 그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컨설팅도 받고 있다고 하였다.

그의 엉뚱하고 기발한 발상과 생각은 모두 가치가 있어 보였다. 다만 화천군이 군세가 열악해서 제대로 뒷받침을 못해주고 있을 뿐이었다.

집을 짓다보니 커다란 바위들이 많이 나오는 것을 보고 “999詩石林”을 조성하여 보겠다는 생각, 꽃말은 있지만 곤충 말은 없다면서 곤충 말을 만들어보겠다 라는 생각, 이름 없는 주변의 봉우리에 다 이름을 붙여주고, 꽃과 산짐승을 대상으로 한 연주회 등을 해 보겠다는 생각들. 모두가 다소 엉뚱하지만 오히려 멋진 이벤트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훌륭한 작가 이전에 문화운동가요 기획자였다. 어쩌면 우리의 참혹한 농촌이나 지역 현실에서 그런 사람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있는 마을’, ‘작가가 사는 마을’이라는 아이디어 하나 만으로도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화천군은 토고미, 산천어축제 그리고 이외수의 감성마을로 지역의 이미지를 브랜드화 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그 성공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다. 이 모두가 화천군수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고 한다.

지방자치단체장도 지역 문화예술의 주요한 기획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린 화천군에서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자원이나 재원보다도 사람이 더 중요한 지역발전의 요소임을 화천군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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