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농림부와 한국마사회가 원주화상경마장사업승인취소 결정을 내렸다. 1년여가 넘게 화상경마장 저지운동을 이끌어 온 한 사람으로서 원주시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어려움도 많았지만 변함없는 시민들의 성원과 격려가 큰 힘이 됐다.
　이번 화상경마장 저지운동은 아무리 정부의 정책이라 하더라도 지역 주민들의 여론을 무시하고서는 추진될 수 없다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지방자치 차원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아직 건물처리방안을 둘러싼 논란이 마무리되지 못했지만, 원주시가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화상경마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32개소가 설치ㆍ운영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됐던 원주화상경마장은 마사회가 수익증대를 위해서 전국적으로 확대설치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문제이다. 마사회는 애초에 강원도 원주, 전라남도 순천, 전라북도 익산, 충청북도 청주, 울산 등 기존에 화상경마장이 없던 광역시도별로 1개소 설치를 목표로 해왔었다. 이것을 참여정부에서 브랜드로 내걸었던 균형과 분권논리의 마사회 버전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박흥수 농림부 장관은 '마사회를 전면적으로 재정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약속이 단순한 조직개편으로 끝나지 않고 화상경마장과 같은 도박산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기회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화상경마장 뿐만 아니라 로또나 바다이야기 등 사행산업 전체의 규모가 이미 2003년에 13조원을 넘었다. 2006년 정부예산 중 농림해양수산분야 예산이 14조 수준이니 실로 엄청난 규모이다.
　정부는 바다이야기 때문에 국민적인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최근 사행산업관리규제법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도박산업을 축소하고 없애는 방향이 아니라, 총량제 개념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 하니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정부는 여전히 도박산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도박의 피해자는 대다수가 돈없는 서민들이다. 서민들이 도박으로 빠져드는 것은 우리 사회에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입장에서는 합법적 도박이 저항없이 세수를 확대할 수 있는 매력적인 수단일런지는 몰라도, 그것은 희망 잃은 서민들의 피땀이다.
　사회복지 등 좋은 일에 쓰여진다고 하나 서민들의 주머니를 쥐어짜서 복지를 확대하겠다는 것은 정부의 책무를 스스로 저버리는 것이다. 복지확대는 도박산업과 같은 편법적인 방법이 아니라 세제개혁을 통해서 돈있는 사람들의 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왜곡된 분배구조를 바로잡는 복지의 의미가 살아나는 것이다.
　비단 도박산업 뿐 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는 일확천금을 꿈꾸는 한탕주의가 만연해 있다. 로또보다는 판교신도시의 당첨률이 훨씬 더 높다는 통계가 있다. 아파트 분양에 늘어선 인파에는 무주택자보다는 투기목적의 외지인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건강한 노동보다는 투기를 통해서 소득을 높일 가능성이 더 높으니 도박공화국이라는 말이 틀린 것도 아니다.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만 세상물정 모르는 바보가 돼버린 세상이니 이래서는 일할 의욕이 생길 리 없다.
　그러니 화상경마장과 같은 도박시설만 없앤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건강한 노동으로 희망을 만들 수 있는 사회, 공평한 세금부담으로 복지가 보장되는 사회, 아파트가 투기목적이 아니라 주거의 수단이 돼야 진정으로 도박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