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기 봉
[주민통합서비스실현을위한전국네트워크사무처장]

최근 정부는 사회복지전달시스템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보건·복지 중심의 사회복지시스템에서 문화·고용·주거·평생교육·관광·생활체육 등을 모두 포괄하는 사회통합서비스로 바꾸자는 것이다. 원래 행정은 주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뒤늦게나마 그동안의 정책이 공급자 중심의 행정이었음을 시인하고 수요자 즉 주민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 동안 아파도 병원에서 기다리고 줄서는 것이 싫었고 여가 시간이 생겨도 마땅히 갈만한 곳이나 돈이 없어서 집에서 낮잠이나 자거나 텔레비전 보면서 소일했던 날들이 얼마였던가. 중앙정부는 중앙정부대로,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자치단체로 나름대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비슷한 사업, 유사 프로그램, 재정 중복 지원 등의 문제점으로 시민사회에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던 것들이 주민들이 원하는 대로, 웝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니 이것은 세상이 놀랄 일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동안 하도 속아서 그런지 잘 믿지 않는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또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갈 것이고, 세금은 얼마나 더 걷을 것인가. 이것이 더 걱정인 세상이다. 그러나 주민들도 반성해야 될 점이 많았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하더라도 참여와 관심이 없다면 사상누각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주민생활서비스 개선 방안은 처음부터 민간의 참여와 협력을 전제로 설계되어야 한다. 논어에 ‘빈이락(貧而樂)’이란 말이 있다.

가난하다고 즐겁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뜻이다. 모든 생명은 존귀한 것이며 나름대로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 가치를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인간은 불행해졌는지도 모른다. 남의 밥그릇이 항상 더 커 보이고 이웃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 등이 바로 이런 세태를 풍자하는 것이리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가 무려 250여 가지가 된다는 이야기를 최근에 들었다. 그러나 그것을 아는 주민들이 얼마나 될 것인가. 이제 각 부처 간의 서비스를 조정하고 혁신하는 제도와 시스템이 도입된다고 한다.

이 사업이 성공하려면 정부의 혁신으로만은 안 된다. 서비스를 제공받는 사람들이 만족해하고 행복해야 한다. 그리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단체들도 행복해져야 한다. 그래야 우리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는 것이다.

사회복지사가 더 늘어나야 하며, 문화복지사도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실업을 고민하지 않고 고용의 걱정을 하지 않는 나라가 바로 복지사회요, 문화국가다.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우리가 원하는 것들에 대해서 당당히 이야기할 줄 알아야 한다.

어차피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고 재화는 제한되어 있다. 쓸 수 있는 돈은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권력을 잡고자 하는 것이고 학연, 혈연, 지연의 끈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일부 사람들만의 이야기지 이 세상의 다수를 차지하는 일반 백성의 상황은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서비스를 당당히 말하고 나라와 지방자치단체는 이 서비스를 시행하라고 주장하는 것,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다. 민이 주인 되는 세상이다. 선거철 한 때만 시민을 위해서 일하겠다는 사람들을 가려내고 제대로 일을 하게끔 하는 것이 바로 주인으로 살아가는 길이다.

7월 1일 제4기 민선이 시작되었다. 민선4기의 배에 탄 자치단체장, 시·도의원, 시·군·구의원들에게 바라는 것은 우리가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하지 말라는 법이 없으며, 행복해지지 말라는 조례도 없다. 여러분들은 우리들을 충분히 행복하게 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우리에게는 그만한 권리가 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축하하면서 과거와 달리 여러분들의 행위를 지켜볼 것이다. 우리들에게는 ‘주민소환제’라는 칼이 있다. 과거와 달라진 것이다. 중앙정부의 주민생활서비스 지원체계에 관심을 가지면서 동시에 지방자치단체의 민선4기의 출범을 축하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관심과 참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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