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을 보호해야 한다

며칠 전 한겨레신문을 통해 보도된 기사를 보니 한국이 전 세계에서 백만장자가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국가라고 한다.

어느 한 나라의 돈이라는 것은 무한정 늘어나는 것이 아니고 항상 일정한 양을 유지하며 유통되는 법이다.

그런데 이처럼 급속히 백만장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결국 전체 사회의 돈이 특정한 소수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며, 역으로 이야기하면 빈곤한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원주에도 개발 바람이 불고 있다. 원주시에 재개발 신청을 한 곳이 무려 20여 곳에 이른다고 한다. 재개발 지역마다 모두 아파트를 지을 계획이라고 하는데 이대로 몇 년이 지나면 원주천 주변이 모두 고층 아파트로 에워싸일 것이다.

그 답답한 형국을 나는 상상조차 하기가 싫다. 그나마 개발로 축적된 부가 오랜 세월동안 가난을 이기며 살아온 지역주민들에게 고르게 분배되어 이마의 주름살이라도 펴진다면 다행이겠지만 결코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 같다.

이미 원주지역은 아파트가 과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 최근에 세워진 일부 아파트는 입주자가 없어서 한때 폭등하던 분양가를 오히려 낮추고 있다고 한다.

아파트를 더 지을 이유도 없으며 재개발을 한들 주민들에게 큰 이익이 발생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적은 평수의 집을 보유한 사람들은 몇 푼 안 되는 보상금을 가지고 아파트 입주도 쉽지 않으며 빈곤한 세입자들은 자신들의 정든 삶터를 떠나가야 하는 통곡할 일들이 발생한다.

문제가 어디 그뿐인가. 이미 여기저기에 마구 세워진 고층 아파트로 인해 도시의 미관도 훼손되었고 교통체증도 심각해지고 있다.

자동차 매연과 도시계획의 실패로 대기 순환에 문제가 생기면서 원주의 대기환경은 급속하게 악화되어 조사 자료에 의하면 대기오염도가 공단지역인 창원보다 높다고 한다. 그로인해 최근 원주에는 천식환자가 부쩍 늘었다고도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왜 지역주민들은 개발에 집착하는가. 나는 그 첫 번째 원인이 재개발을 통해 손쉽게 큰 돈을 움켜쥐려는 소수의 사람들의 소위 ‘작업’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말하고 싶다.

지난 역사에서 토건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거대기업, 투기성 부동산업자, 일부 대토지 소유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낙후지역을 개발한다는 명분으로 결국 그 지역의 가난한 주민들을 정든 삶터에서 몰아낸다.

두 번째 원인은 시민의 삶이 벼랑 끝을 향해 있다는 것이다. 원주의료생협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재래시장에서 경제생활을 하는 소상인들 대다수가 월 수익 100만원 미만이었고, 노인들의 경우에는 50만원 미만의 수익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분들도 다수였다고 한다.

나는 현재의 상황이 시민의 소중한 생존권이 무너지기 직전의 절대 절명의 위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 하지 않았던가.

더 늦기 전에 원주지역의 모든 시민사회단체와 협동조합 단체들이 시민의 생존권을 지켜내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근거 없는 난개발은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

우리 지역에서 소중한 시민들이 가난하다는 이유로 철거 용역깡패들의 폭력에 밀려나는 일이 없도록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손쉽게 백만장자가 되려는 자들로부터 시민을 보호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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