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도론’과 원주 개발방식 무엇이 다른가?

지방자치 시대에 지리적 공간으로서 중앙이란 오직 우리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 서울도 강원도와 마찬가지로 한 지방에 불과하다. 사실은 지방자치가 실시되기 전에도 그랬다. 그러나 우리는 서울이 중앙이고 나머지는 지방이라는 사고방식에 익숙해 있다. 나랏님이 계시는 곳이 중앙이라는 왕조시대의 생각,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이 작용하고 있다. 그 속에는 중앙의 발전을 위해 지방은 좀 희생돼도 좋다는 생각도 포함돼 있다.

이제 서울은 ‘대수도’로 확대되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당선자는 서울·경기·인천을 ‘대수도’로 하여 통합행정을 펼쳐 공동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언뜻 타당해 보이기도 하는 이 주장에 대해 수도권을 제외한 13개 시도의 비수도권협의회가 집단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핵심은 대수도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 수도권 규제완화를 해야 한다고, 수도권정비계획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있다.

5.31 지방선거의 악몽이 ‘월드컵 열기’로 망각되는 듯 했는데 새로운 지역주의, 강자의 이기주의로 인해 또 다른 저질 정치의 악몽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의 볼모가 되어 지역 현안, 지역 인물 육성과 무관하게 특정정당의 싹쓸이로 귀결되더니, 이제는 싹쓸이 내부에서 강자들간 동맹 결성을 시도하고 지역간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상당수 사람들이 영남과 호남의 소위 ‘지역주의적 갈등’은 허구적인 것이고 사실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이해관계 대립이 진정한 갈등이라고 주장해온 바 있다. 잘 알다시피 과거 개발연대이래 ‘조국근대화’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농촌의 젊은 아들딸들은 서울로 몰려들었고, 이들을 보낸 농촌의 부모님들은 값싼 농산물을 제공했다. 저임금, 저농산물로 서울을 부양했고, 강원도는 산을 캐내 광산물까지 아낌없이 조달했다.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비수도권은 다시한번 버림받았다. 국가예산을 퍼부어 그동안 수도권을 집중 개발하던 중앙정부는 지방자치가 되었으니 알아서 ‘자치적으로’ 발전하라고 떠민 것이다. 한술 더 떠 중앙정부에 비견할 만큼 몸집이 커진 수도권이 서로 통합하여 비수도권은 아랑곳없이 중앙정부에 맞서 자신의 이익을 확보하자고 나섰다. “있는 놈이 더 무섭다”는 말이 실감난다.

1982년에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지난 20여년간의 공업화시책에 따라 전국토면적의 11.8퍼센트에 해당하는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에 인구 및 산업의 35퍼센트 이상이 과도하게 밀집”된 문제를 들어 “이의 해결을 위해 인구 및 산업을 적정하게 재정비·배치하고 광역적인 차원에서 수도권의 질서있는 정비를 위한 중앙정부차원의 정비계획을 마련하여 이를 추진하는 제도적인 기틀을 확고히 함으로써 국토의 균형있는 발전을 기하려는 것”이라고 제정이유를 밝히고 있다.

수도권 집중이 더욱 심해진 현 시점에서 이 법을 강화하면 강화하였지 완화하자는 어불성설이 나온 것이다. 그 어불성설의 근거는 ‘국가 경쟁력 강화’이다. 박정희시대 성장위주의 발전 사고방식이, 그 시대에 그것을 반대한 대표적 인물에 의해 다시 답습되고 있다.

현재 원주지역 개발의 방향은 박정희시대와 얼마나 다른가? 김문수씨가 주장하는 이른바 ‘대수도론’과는 얼마나 다른가? 대수도론으로 나머지 전체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는 것처럼 원주가 현재와 같이 개발될 때 누가 이득을 보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은 누구인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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