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선거를 전후해 극성하는 '줄 세우기식 인사' 등으로 지방행정이 단체장 성향에 좌지우지되는 사조직화 위험이 있고 자치단체 예산을 단체장 개인 재산으로 혼동해 예산을 편파적으로 집행하는 파행 운영이 지속적으로 언론에서 지적, 여기에 지방행정을 담당하는 공무원들도 자치단체장 요구에 편승하여 불합리한 예산 집행ㆍ인사 운영은 물론 심지어 사익을 추구하는 도덕적 해이 현상도 빈발"
　감사원이 민선자치제 실시 10년을 계기로 전국의 250개 자치단체 전체를 대상으로 1년여간 종합감사해 지난 2월 7일 발표한 결과보고서의 일부이다. 단체장에 대한 성토문이라 여겨질 정도로 표현이 격렬하고 강도가 높다. 결과보고서 세부내용을 보면 여러 자치단체의 불법적 행정이 적발돼 처분이 요구되고 있는데 다행히 원주시는 포함돼 있지 않다. 감사원 홈페이지의 감사원 활동자료 가운데 지방행정, 지방자치단체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부분 자료 30건을 훑어보면 원일프라자 관련 자료가 눈에 띄어 원주 역시 감사원 감사 대상에서 벗어날 만큼 성적이 우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느껴진다.
　결과보고서에서 지방자치 이후 자치단체에 대해 약화된 통제력의 고삐를 죄어보자는 중앙정부의 의도도 감지된다. 기초의원 정당 공천권을 통해 지방정치까지 중앙정치 무대의 정당들이 장악하고자 한 공직선거법의 개정이 일종의 국회의원들의 '입법 쿠데타'로 느껴지는 필자의 입장에서 썩 유쾌하게 생각되지는 않는 대목이다.
　얼마 전 춘천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 제출된 강원도 어느 단체장의 발표문에는 전혀 다른 목소리가 담겨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리더십이 규칙 제정권의 제한, 인사권에 대한 제약, 지방재정의 자율성 제한으로 인해 "권한 없는 책임전담형 시장ㆍ군수만이 존재한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시장ㆍ군수 협의체에서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감사결과보고서와 현장 자치단체장의 이런 모순되는 주장 가운데 어느 것이 진실일까? 어느 한쪽의 주장이 진실이고 다른 한쪽의 주장은 거짓인 것일까? 단체장의 인사ㆍ재정 전횡을 지적하는 감사보고서와 인사ㆍ재정에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있다는 단체장들의 주장은 분명 모순돼 보인다. 자신이 서 있는 입장에따라 동일한 현실이 이렇게 정반대로 달리 보이는 것일까?
　필자가 보기에 두 주장 모두 진실의 일면들을 담고 있다고 생각된다. 다시 말해 지방행정을 주민과 지역의 발전을 위해 제대로 해보려고 하는 단체장의 경우 재정ㆍ인사 측면에서 재량과 자원의 부족을 느낄 것이지만, 자신의 정치적 입지 강화나 소수 기득권층 혹은 주변인물의 이익을 대변하고자 하는 단체장에게 현재의 권한은 무소불위의 가공할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주시의 지방자치 현실은 어느 쪽에 가까울까? 판단은 시민의 몫이라고 생각된다. 또 감사원이 지적하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것도 역시 시민의 몫이라 생각된다. 중앙정부건 지방정부건 통치의 위기를 느끼며 거버넌스 즉, 주민과의 공치(共治) 내지 협치(協治)를 외치는 오늘의 현실을 생각하면, 법과 제도가 주는 권한과 관계없이 정부의 운영에 주민의 역할은 점차 커지고 있다. 필자는 그런 협치의 한 모델이 원주의 화상경마장 반대운동이라고 생각하며 이 경험이 원주 발전에 길이길이 이어져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