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지루하리만큼 길었던 여름도 어느 순간 한풀 꺾이더니 몇 차례 비가 오면서 냉랭한 겨울기운이 완연해지고 있다. 매번 반복되는 사계절이지만 봄에는 꽃구경, 여름에는 물놀이, 가을에는 단풍구경, 겨울에는 스키여행 등으로 영동고속도로는 1년 내내 몸살을 앓곤 한다. 누구나 이렇듯 계절의 변화를 만끽하고 그로인해 행복을 수시로 느낄 수 있다면 반복되는 계절의 변화가 매번 새롭고 반가울 것이다.
　그러나 조금씩 기온이 떨어질 때마다 마음이 위축되고 걱정이 쌓여가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음을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지난겨울, 소위 '우풍'에 방구석의 주전자 물이 얼고 그나마 연료비를 아끼려 스티로폼을 두껍게 깔거나 전기장판에 잠깐씩 의지하며 추위를 버텨냈던 사람이라면 남들이 환호하는 '첫눈'에 공포감을 느낄지도 모르며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맹추위에는 생명의 위협마저 느낄지도 모른다.
　이들에게는 우리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는 '수억원의 집값 상승' 문제나 온갖 정치적 논쟁도 남의 나라 일일 뿐이며, 올 겨울 몇 달을 무사히 잘 보내는 일이 더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이러한 이웃들의 추위를 덜어주기 위한 '연탄은행'이 처음 시작된 곳이 바로 원주이다.
　2002년 원주시 밥상공동체(대표:허기복 목사)에서 시작된 연탄은행의 '사랑의 연탄' 보내기운동은 이제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자판기 커피값 단돈 300원이면 연탄 한 장을 지원 할 수 있으며 테이크아웃 커피값 3천원이면 무려 10장을, 피자 두판 값인 3만원이면, 누군가가 한달 이상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100장의 연탄을 지원할 수 있다.
　이렇게 따져보면 누군가를 돕는 일이 의외로 매우 쉬운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복지기관들은 항상 후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도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도 여전히 많은 걸 보면, 생각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누군가를 돕고 자신의 것을 나누는 일(그것이 돈이나 물질, 시간, 육체적 노력이든)은 생각만으로 그쳐서는 안 되고 마음먹고 실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행복을 사회적으로 보장하고자 등장한 '사회복지'는 돈 없이는 불가능한 사업이 많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돈으로만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정부의 복지예산이 증가된다고 하여 이것이 곧장 어려운 사람들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것은 아니다. 부족한 복지예산의 공백을 메워주는 국민들의 후원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각종 지원이 빗겨가는 소위 '사각지대'에 머물러있는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내 이들에게 필요한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세세한 실천이 함께 이뤄지지 않으면 안 된다.  
　좋은 일을 행할 때에도 용기는 필요하다. 길 가다 마주친 모금함에 돈을 한번 넣는 일, 필요한 기관을 찾아가서 후원을 하는 일, 필요한 지원활동을 몸소 나서서 실천하는 일 등등 마음먹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겨울 작은 정성으로 '사랑의 연탄'을 지원하고 직접 땀 흘리며 연탄배달을 하면서 추위를 이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리하여 원주시민의 사랑의 실천이 장작불이 돼 매서운 추위를 녹여내고, 도시 전체가 훈훈해지길 기대해 본다.
장영인(한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