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도립미술관이 없는 지역이 경북과 강원도이다. 그러나 경북은 대구에 시립박물관이 있으며 구미와 포항 등에서 도립미술관을 유치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유일하게 남은 강원도도 지난 9월 말 도립미술관 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강원도립박물관 건립과 관련해서 연구용역을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에 발주, 연말이면 그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도립미술관 유치를 둘러싼 지방자치단체 간에 유치경쟁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경기도도 11개 지자체가 경합해 안산시로 선정됐다. 선정 이후 경기도와 안산시의 투자관계로 답보상태에 있지만, 도립미술관은 지자체의 뜨거운 감자다. 설마 도립미술관은 도청 소재지에 둬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런 것이라면 매우 유감이다.
　도내 미술관 중에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곳이 바로 양구의 박수근 미술관이다. 지난 2003년 통계에 의하면 박수근 미술관의 관람객은 80%가 외지인이라고 한다.
　미술관은 이미 전시장의 기능을 넘어서 지역의 랜드마크(명소)로서 문화기반시설 뿐만아니라 관광지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뉴욕의 구겐하임미술관은 스페인 빌바오에 구겐하임미술관을 지어 스페인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관광객들의 방문일정에 박물관과 미술관은 필수코스다.
　그런 점에서 수백억을 들여 지을 강원도 도립미술관은 문화인 뿐만아니라 모든 도민들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따라서 도립미술관 건립은 도민의 희망과 미래 발전과 연계돼야 한다.
　춘천은 이미 도립박물관이 있으며 규모는 작지만 시립미술관도 운영되고 있다. 강릉은 교1동 옛 시립도서관을 리모델링한 강릉미술관이 개관한다. 미술관이 없는 지역은 강원도 3개 도시 중에 원주시뿐이다. 강원도가 도 발전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지에서 원주와 횡성이 제외됐다. 그 대가로 대규모 체육관을 요청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잘 알다시피 원주는 체육시설도 부족하지만 무엇보다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리고 동계올림픽을 위해서라도 도립미술관이 어디에 설치돼야 하는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강릉은 단오제가 유네스코에 등록돼 문화유산의 가치가 크다. 그리고 전통문화도시로서 앞으로 키워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배후 지원도시가 될 원주는 마땅한 문화시설이 부족하다. 강릉에 만들어지는 이동식 아이스하키장을 행사 후 원주에 배치할 것이 아니라 강원도의 특성과 평화와 생명을 상징하는 현대식 미술관을 새로 건립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중복투자를 피하고 투자대비 효율과 효과를 따져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다. 혁신도시를 둘러싼 도내 지역 간의 경쟁과 감정으로 불신과 대립이 심했다. 새로 건립될 미술관은 과거보다는 미래를 상징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이 강원도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지를 잘 판단해야 할 것이다.
　과거 전북의 사례가 시사하는 바 크다. 전북은 높은 농업자본력을 갖고 있던 곡창지대였다. 그 힘을 산업자본력으로 상승시켜 나가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근대화 과정에서 산업화는 교통과 직결됐다. 그러나 전주는 1929년 호남선과 전라선의 분기점으로 선정됐지만 지역 간의 이해관계로 북으로는 대전, 남으로는 광주에 교통중심을 내줘야 했다. 그 결과로 호남제일성인 전주를 중심으로 전북은 발전의 기회를 잃고 퇴락의 길을 걸어왔다.
　2006년 관광통계에 의하면 국내 관광지 방문객 수에서 강원도는 경기도에 뒤져 2위로 쳐졌다고 한다. 인프라가 부족한 강원도로서는 위기다.
　음악대학 하나 없는 원주가 국제원주따뚜를 통해 음악도시로 부상하고자 하는데 이견이 없듯이 미술대학 하나 없는 원주가 도립미술관 건립을 통해 문화도시로 거듭나고자 하는 것이 문제될 것이 없다. 중요한 것은 성장과 발전을 위해 시동을 건 원주에 신형 엔진을 달아주는 것이 도민의 뜻이 되길 기원해 본다.
김기봉 팀장  행정자치부 주민서비스혁신추진단 민간협력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