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욱  (상지대 교양과 교수)

원주 주변에서도 신설되고 있는 도로나 도로 폭을 넓히고 있는 공사를 보고 있으면 이 공사가 과연 꼭 필요한 것일까 하고 의문이 드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원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곳곳의 도로 건설에 대해 드는 의문이다.

과거에 우리나라에 도로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때가 있었고, 그 때에는 도로 건설이 언제나 좋은 것으로 간주되었다. 도로 건설이 물류비용 절감 등 산업화에 도움을 주는 측면이 크게 부각되어 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나라는 더 이상 도로가 부족한 나라가 아니다. 단위 면적당 도로 길이로 볼 때 세계 6~7위 수준에 이미 도달했다고 한다. 이미 꼭 필요한 도로는 거의 건설되어 있는 상태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로는 계속 신설되고 있고, 그것을 무조건 좋은 것으로 간주하는 분위기가 도로가 부족했던 시절의 관성으로 남아 있다. 정부의 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보면 전국에 격자형의 고속도로망을 만들어 전국의 어떤 곳에서도 30분 안에 고속도로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계획이 있으면서 동시에 전국의 국도를 4차선으로 넓히고 직선화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도로 확충이 좋기만 한 것일까? 먼저 도로 건설은 자연 파괴를 수반하는 사업이다. 산을 깎아 내리고, 나무들을 잘라내면서 또한 논밭을 없애면서 도로가 건설되고 있다. 이미 도로 건설 때문에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산천이 많이 파괴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환경 파괴의 문제만이 아니다. 도로 건설에 투입되는 예산을 줄인다면, 그 돈은 다른 좋은 일들에 투입할 수 있다. 도서관을 건립할 수 있고, 교육시설을 개선하는 데 쓰일 수도 있고, 복지 예산을 늘릴 수도 있고 환경개선을 위해 쓸 수도 있다. 좀 더 인간의 삶을 인간답게 만들고, 인간을 좀 더 창조적이고 생산적이게 만드는데 쓰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도로를 공공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도로는 철도에 비해 공공재로서의 성격이 훨씬 약하다. 만일 도로에 버스와 화물을 운반하는 트럭만이 다닌다면 철도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만일 그렇다면 그렇게 많은 도로가 건설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결국 도로는 자가용을 많이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시설인 측면이 있는 것이다. 원유가 하나도 나지 않는 나라에서 매우 자원 낭비적인 자가용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도로를 많이 건설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로 건설에 예산을 쓸 때 좀 더 신중해져야 한다. 도로건설은 필요악이라는 사고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불가피하다면 도로를 신설해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되도록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정치인들이 먼저 발상을 전환할 필요가 있겠지만, 지역의 주민들도 사고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곳곳에서 도로 건설의 요구가 있고, 그것이 시(市)나 도(道) 그리고 중앙정부의 예산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스스로 도로 신설과 도로 확장을 요구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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