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이 문제긴 문제다. 이로 인해 화상경마장(마권 장외발매소) 설치에 대한 감사원 감사까지 늦어지고 있다. 감사 결과가 나와야 화상경마장 설치 승인을 취소 청구한 행정소송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고 지역여론이 설치를 찬성한다고 허위공문서를 작성하여 고발된 농림부 담당 사무관의 형사처벌 건도 쉽게 풀리게 된다. 핵심은 행정소송에 있고 소송 승리를 위해 감사원 감사 결과와 검찰 고발건 처리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화상경마장 문제는 지역주민 모두의 초미의 관심사가 된 지 오래다. 종교계, 시민단체, 이통장협의회, 시의회, 시청, 각 대학 등을 중심으로 지역주민 모두가 하나로 똘똘 뭉쳐 한 목소리로 결사반대하고 있다. 이 중심에 '화상경마장 설치 저지를 위한 원주시민대책위원회'가 있다.
　이 문제가 처음부터 이렇게 지역의 핵심이슈가 됐던 것도, 반대의 열기가 높았던 것도 아니다. 내용을 잘 모를 경우 화상경마장 같은 큰 단체가 원주에 들어오면 원주발전에 기여할 것이 아니겠느냐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또 경마를 도박이 아닌 레저 산업이라고 그럴 듯하게 포장한 한국마사회의 선전, 수익금을 지역에 환원한다는 달콤한 유혹 등도 한몫했다.
　시민대책위의 저지 투쟁이 어려웠던 것은 이런 배경이 깔려 있었다고 생각된다. 화상경마장이 시민들의 생활을 파탄으로 이끄는 중독성이 강한 도박이며 수익금의 일부 지역사회 환원도 그럴듯한 사탕발림이라는 실상을 지역주민들에게 알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기 때문이다. 또 건축물 허가와 농림부 설치 승인이 일사천리로 진행돼 한때 이 문제는 더 이상 저지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분위기가 일부 형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저지운동을 이끌어갔던 힘은 실력으로라도 이를 저지해야 한다는 원주 장래에 대한 절박한 충정, 점차 주민들 간에 일어난 경각심과 반대 열기, 순천ㆍ청주지역의 경험 사례와 연대투쟁 등에 있지 않았는가 생각된다.
　이 상황에서 농림부 담당공무원이 작성한 터무니없는 지역여론 왜곡 보고서가 공개됐고 이는 지역도시를 깔보는 중앙관서의 횡포라는 차원에서 지역주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내기에 충분했다. 명명백백한 날조와 그에 대한 너무나도 당연한 시민들의 분노가 이 운동에 도덕적 정당성과 강한 추진력을 제공했다. 이것은 시민대책위가 실낱같은 희망과 가능성도 버리지 않고 모든 노력과 수단을 동원한 결과 어렵사리 획득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이 저지 운동이 승리했다거나 때 이르게 자축하기 위해 이 자리에서 전반적 활동을 돌이켜 보는 것은 아니다. 그와는 정반대로 아직도 갈 길이 멀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을 말하기 위함이다.
　행정부 자신의 결정을 스스로 번복하는 격이 되는 행정소송의 재판 결과가 그렇게 쉽게 나오지는 않을 것임을 미리 예상해야 하며 그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소송 승리를 위해서는 지역주민 모두가 굳게 뭉쳐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전제된다면 순천의 경우처럼 한국마사회가 스스로 포기하고 물러서는 것도 예상 가능하다.
　그러나 원주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화상경마장의 설치를 반대할 만큼 주민 관심과 반대 열기를 끌어올렸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이 운동은 이미 승리했다고 평가해도 너무 성급한 것은 아니라 생각된다.
신병식 상지영서대 행정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