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문 (전MBC보도국장)

원주치악제가 지난 1일 막을 내렸다. 치악제는 올해로 23회를 맞이하고 있지만 그 이전에도 이와 비슷한 지역축제 행사가 있었다. 원주는 군사도시로 군도제라는 축제가 열리다 치악제로 명칭을 바꾼것이다. 이렇게 볼 때 원주치악제는 23회 보다 많은 30년의 역사를 가진 지역행사이다.
이러한 지역축제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다름 아닌 치악제와 함께 항상 개설되는 향토풍물장터. 그런데 이 향토풍물장터가 늘 시빗거리가 된다. 왜냐하면 장터 개설이 이권과 결부돼있고 일부 상인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올 행사는 특히 주최측이 장터를 외지 상인에게 맡긴데 대하여 원주재래시장상인연합회가 주최측에 공개적으로 해명을 요구하고 나섬으로서 더욱 표면화 됐다. 주최측이 지역상인들을 따돌리는 바람에 지역행사인데도 외지상인들만 돈을 챙겼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양측이 참석한 지난 7일 지역 케이블 방송의 대담방송에서는 상인대표의 추궁에 주최측 주관자가 난감해 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방영되기도 했다.

올 치악제 행사와 관련하여 언론에서는 장터 문제말고 다른 행사에  대해서는 별다른 평가나 분석을 하지 않았다. ‘천년 원주에 터잡은 강원감영 500년’이란 거창한 주제로 진행된 각종 행사가 잘 됐는지 안됐는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향토풍물장터가 치악제 얼굴에 먹칠을 한 것이다. 과거에도 장터 문제가 외면상 언론에 거론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지만 항상 뒷말은 있었다. 뒷말은 앞서 언급했듯이 돈과 관련된 것으로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 치악제 행사에 향토풍물장터를 계속 개설해야 하는가? 필자는 개설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향토풍물장터는 과거에는 난場(亂場과 다름)이라 했다. 난장 이란 국어사전에 ‘정한 장날 외에 특별히 며칠 간 터 놓은 장’이라 하여 약간의 불법도 묵인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래서 난장에는 각종 생필품을 파는 상인들이 들끓었고 길거리 야바위꾼(도박)이 버젓이 자리를 펴놓고 손님을 부르기도 했으며 음식점에선 술판이 벌어져 축제 분위기를 돋구기도 했다. 또 지역축제 행사에 많은 사람을 모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앞서 지적했듯이 30년간 계속해서 주최측 또는 상인들 사이에 이권이 얽혀 뒷말이 무성한데도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또 과거처럼 정취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필자도 이번 행사 때 하루 저녁 현장을 방문해 보았지만 솔직히 돈 벌기 위한 장사꾼들의 축제(?)일 뿐이었다. 지역축제로서의 부대행사로 남아 있어야할 명분도 찾아 볼 수 없었다.
10월 중순 평창군 봉평면에서 열린 제6회 효석문화제 행사에는 전국에서 40만명이 다녀가는 대성황을 이루었다. 군단위도 아닌 면단위 축제에 40만명이란 사람이 몰린 것은 이효석 이라는 걸출한 문학가의 이름 값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행사를 주최한 면민들의 성의가 돋보였다.

주민들은 지난해까지 개설했던 향토풍물장터 난장을 이번 행사에는 개설하지 않았다. 그리고 봉평면 부녀회원들이 직접 행사장내에 장터를 마련하고 메밀국수 한 그릇에 2천원을 받는 등 모든 물건값을 싼값의 실비로 판매했다.
특히 주민들은 메밀국수등 각종 향토음식 맛에 신경을 무척 쓰는 모습이었는데 메밀국수 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주민들은 스스로 30여명쯤 되는 자체 풍물패를 조직 방문객을 위해 매일 몇 차례씩 공연했다. 비싼 돈을 주고 유명 연예인을 초청하지도 않았다. 지역축제가 주민과 함께 자리잡는 모습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30년 역사를 가진 원주치악제. 이제 한세대가 지났으니 만큼 무엇인가 새롭게 태어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상인들의 이권이 얽힌 장터에 얽매여 본 행사가 먹칠을 당하는 치악제가 되
어서는 안 된다. 치악제 위원회가 250개의 천막 장터 개설을 명분으로 받은 돈은 모두 1,500만원(점포당 6만원 해당). 이 돈이 올해 치악제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었다. 억대의 예산지원을 받는 원주치악제가 1,500만원 때문에 먹칠을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풍물장터를 정리하고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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