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진 (언론인)

요즘 동부권 어디를 가나 개발 소외에 따른 원망과 불평이 하늘을 찌를 것 같다. 심지어는 치악산 살리기에 주민이 희생당하고 있다며 치악산 폭파 등 극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지역 내 각종 크고 작은 모임과 회합 때마다 의례 등장하는 단골 메뉴는 지역개발이고 격앙된 가운데 성토로 끝을 맺는 것이 요사이 동부권의 분위기이다. 이러다 온 주민이 성격파탄자가 될까 걱정스럽다.
그러면 무엇이 순한 양 같은 동부권 주민들을 성난 사자로 돌변케 하고 있는가?
여기에는 흔히 알고있는 지역개발소외 이외에 다른 심리적, 정서적 요인이 있음을 알아야 사태의 진실을 파악할 수가 있다. 어쩌면 이 요인이 겉으로 나타난 개발소외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속임과 농락 그리고 무시로 인한 심리적 배신감과 허탈감이 동부권 주민들 마음을 더욱 강팍하게 만들고 있다. 난 개발 막고 생태환경, 자연환경을 보존 하자는 건 누구나 다 알고 공감하고 있다. 그런 것쯤 이해 못하고 덮어놓고 개발하자는 막무가내의 동부권 주민들이 아니다. 문제는 각종 선거 때마다 지역을 위해 내놓은 공약들이 대부분 공수표인데다 시장 선거 때마다 들먹여졌던 시청사 이전 등이 모두 허탕이 됐음에도 누구하나 지역민들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넘어가 버리니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껏 생색내며 착공한 동부우회도로는 찔금 공사로 7년이 되는데도 반쪽밖에 못해 제구실을 못하고 있고,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도 10년은 족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으니 성낼만도 하다.
그런데 노선인근에 같은 방향으로 시작한 건교부가 시행하는 동부대체도로는 그보다 훨씬 나중에 착공됐음에도 전구간에 걸쳐 공사가 활발히 진행, 동부우회도로보다 앞서 끝날 것 같아 주민 애정도에서 너무 대조가 되는 게 아닌가.
원주의 자연적 발전추세가 서남방으로 뻗는데다 민자도 이 지역에 몰려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기실 행정이 이럴 때 나서서 한곳으로 치우치는 것을 막아주고 지역 전체에 골고루 개발의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기본임을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그런 노력은 하지 않은 채 무조건 그 지역은 안돼 하는 식이니 원성이 터질 수밖에 없다하겠다.
부득이 규제를 할 수밖에 없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안으로 주민들이 겪는 불이익을 최소한 보상해 줘야하는데 그것도 나몰라라니 시쳇말로 꼭지가 돌 수밖에 없지 않은가.

행구동 도시계획지역의 고층건물 고도제한 문제만 해도 그렇다. 치악산 경관조망을 보장해 주자는 취지로 고도를 제한했는데 이미 인근에 세워진 동신, 삼익, 건영, 현대 아파트가 모두 20층의 고층이어서 그 사이에 지을 아파트의 고도제한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는지 개도 웃을 일이다. 이미 기존 아파트들이 치악산 조망을 가리고 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이런 조치를 내릴 경우 주민들과의 충분한 토론을 거쳐 합의를 이끌어 내야하나 행정독주에 공시공람 이라는 안이한 발상만에 매달려 있다보니 실제 중요한 과정들이 무시되기가 일쑤이다. 특히 주민의 재산권을 제약해야할 경우에도 내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정성껏 이를 다룬다면 설사 불이익이 오더라도 감수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행정이 규제 타령만 하는 사이 동부권 지역은 변변한 공공시설과 문화시설 하나없이 먹고 마시고 잠자는 음식점 모텔만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 웰빙 타운의 꿈은 수포로 돌아가고 있다. 원주시는 기업유치를 위해 50억원을 지원하고 흥업지역에 200억원이 넘는 투자를 하기에 앞서 동부권 지역의 낙후를 면키 위한 대책을 마련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씻어 줘야 한다. 잘 나가는 쪽은 탄력을 받아 그냥 둬도 저절로 굴러가게 되어있다.

그런 곳에 쓸 돈을 소외된 지역에 투자하는 것이 균형행정이 아니겠는가. 원주시는 동부권 발전과 관련된 행동에 즉각 착수, 우선 상심된 민심을 다독거려줘야 한다. 결자해지니까 시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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