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문  (전 원주MBC 보도국장)

치악체육관이 바쁘다. 10월 들어 연일 2004 원주따뚜 공연 관람객들로 활기가 넘쳤고 앞으로 동절기 스포츠 프로농구 경기가 이어질 예정이어서 겨우내 농구 팬들의 열기로 달아오를 것이다. 치악체육관은 1980년 6월 광주민주화운동 여파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강원도내에서 분산 개최된 제9회 전국소년체육대회를 계기로 원주종합운동장과 함께 건립됐다.

치악체육관과 종합운동장의 당초 설계 규모는 지금보다 훨씬 작았다. 소년체전의 주 개최지는 춘천이었고 원주에는 보조경기장으로 배정된 핸드볼과 농구 경기를 위해 치악체육관을 건립하게 된 것이다. 특히 핸드볼은 비 인기종목 이면서도 배구나 농구장 보다 경기장이 넓어야 하는데 대회 준비를 총괄한 강원도는 경기에 필요한 공간과 약간의 관람석을 갖춘 정도의 규모로 건립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당시 현직 대통령인 원주출신 최규하 전 대통령이 고향을 자주 방문하는 과정에서 치악체육관이 현재와 같은 규모로 확장 건립된 것이다.

최 전대통령은 체전준비 기간 중 선영 참배 등으로 2~3회 원주를 방문했고 그 때마다 원주의 체전준비 현장을 돌아보고 시설규모가 작다는 뜻을 표했다. 이 때문에 치악체육관은 당시 기초공사가 상당히 진행된 과정에서 건설회사가 급히 설계를 변경하여 잠실체육관 축소판인 현재의 모습으로 건립하게 됐다. 이뿐 아니라 종합운동장도 본부석이 확장되고 본부석 맞은 편 스탠드 단수를 더 높이게 되었다. 그리고 공사 중이던 개운동에서 행구동으로 이어지는 치악교도 2차로에서 4차로로 설계를 변경하여 확장했다.
24년 전 건립된 치악체육관은 지금도 강원도내에서 가장 큰 실내체육관이며 활용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치악체육관이 있음으로 원주따뚜가 가능했고 특히 연고지를 놓고 원주와 춘천을 저울질하던 프로농구단 TG삼보가 원주에 둥지를 틀게 된 것도 치악체육관 덕분이다.
현재 충주선 4거리 원주국민체육센터 실내수영장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착공직전 원주시가 수영장 규모를 당초 계획과 달리 국제규격인 50m에서 25m로 축소 변경한데 대해 한동안 입씨름이 있었다. 국제규격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원주시가 관리상의 이유로 규모를 축소한 것은 민간위탁운영을 전제로 업자의 영업 편익을 위한 것이라는 의혹까지 제기했지만 원주시는 결국 25m를 고집했다.

현재 도내에서 열리는 모든 수영경기는 국제규격 50m 풀장을 갖춘 춘천에서만 개최가 가능하다. 춘천이 아닌 지역에서 도민체전이 열려도 수영경기는 춘천에 가서 한다. 원주에는 현재 우산동과 흥업면 매지리 등 2군데 수영장이 성업중이다. 시내 중심지 한복판에 위치한 국민체육센터 수영장이 개장하면 주변 밀집 아파트촌과 접근성이 좋아 수영 인구 급증이 예상되고 국제규격 수영장 운영에도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규모를 축소하여 착공한 원주시는 올바른 선택이라고 주장하겠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 오히려 원주는 인구증가 등에 대비해 더 크게 해야하는 것이 정상이다. 아마도 준공 후 머지않아 잘못된 선택을 아쉬워하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 수영대회 개최를 위해서는 국제규격이 필요한데 다시 국제규격의 새 수영장을 건립하여 원주에서 수영대회를 개최하려면 10년 넘게 기다려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지적으로 당시로서는 좀 버겁게 건립된 치악체육관은 개관 후 한 동안 이용 빈도가 적어 건물 보존관리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지역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 당시에는 원주가 지금처럼 크게 성장하리라는 예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원주시 스스로 50만 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강원 제1도시 원주시가 많은 예산을 들여 수영장을 건립하면서 수영대회를 개최할 수 없다니 말이 안 된다. 원주보다 인구가 3만 명이나 작은 춘천에서 국제규격 수영장을 운영하는데 원주가 못할 이유가 없다. 원주시 공직사회가 오랜 동안 강원도내 2등으로 길들여지고 거기에 만족해온 오랜 습성에서 헤어나지 못해서가 아닐까 하여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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