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진  언론인

요즘 어디를 가나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우려의 소리가 팽배하다.

매일 매일 많은 소식들을 접하고 있지만 한결같이 우울한 이야기들뿐이니 그럴 수밖에 없겠다고 자위해보지만 이러다 정말 머피의 법칙처럼 무슨 일이 터지는 것은 아닌지 덜컥 겁마저 난다. 아마도 우리 5천년 역사상 오늘날처럼 국민들이 나랏일을 내일처럼 걱정하던 때도 일찌기 없었던 게 아닌가싶다. 이와 함께 일각에선 ‘우리 하는 일이 그렇지’ , ‘못 말리는 민족이야’ 등 스스로 비하하는 자조의 소리까지 섞여 나오고 있어 그냥 덮어놓고 볼일만은 아니라는 위기감마저 들게 한다.

2년 전 월드컵 축구경기 때 전 세계인을 놀라게 했던 우렁찬 함성과 하늘을 찌를 듯한 기상은 다 어디로 가고 어쩌다 한숨과 비탄에 찌든 나약한 모습의 우리가 됐는가? 사회계층간 갈등양상 심화, 끊임없이 이어지는 정쟁의 연속, 계속되는 경제침체로 인한 실직사태와 기업도산, 국제 및 안보분야의 불안, 주변국가들의 고속항진 등이 우리로 하여금 지치게 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더해주고 있다. 이 바람에 통합의 질서는 깨어지고 분열의 찬바람만이 토네이도처럼 우리사회를 휩쓸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를 두고 분열의 리더십이라며 개혁을 위해선 꼭 거칠 수밖에 없는 과정이라 말한다. 중국 공산당의 모택동은 대란대치(大亂大治)의 전략으로, 자신의 정치기반을 확고히 할 수 있었다. 대란대치는 바로 분열의 리더십으로 계층간, 지역간을 온통 천갈래 만갈래로 나뉘어 약화 시키고 흐트러뜨려 모든 권력을 자신에게만 집중시키도록 하는 것인데, 홍위병을 앞세운 문화혁명이 그 실례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모택동은 독재정치의 수명을 연장하는 혜택을 누렸지만 나라 발전을 20년 넘게 후퇴시켰다는 비난을 면할 수가 없었다. 문화혁명기간 중 기존질서를 철저히 파괴하다보니 춘추로 제향 드리는 공자 제사 법까지 모르게되어 나중에 한국 성균관에 와서 제례를 배워 본가(?)의 제향을 봉행하는 웃지 못할 일도 발생했었다. 때문에 분열보다는 통합의 리더십을 선호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로 존립기반이 약한 우리는 분열의 리더십이 더욱 강도를 높이고 심화될수록 그 후유증도 만만치 않아 깊은 상처를 안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아주 주저앉기 전에 통합의 길로 나가야 한다. 한곳으로 기울어져있는 쏠림 현상도 바로잡아야한다. 조선말 대원군의 쇄국으로 나라가 쏠리는 바람에 국권을 상실하는 비운을 겪었고, 박정희 대통령의 일방적인 경제부흥 드라이브가 민주주의 성장을 지연시켰음을 누구도 아는 사실이다. 하나만 끌어안다 보니 다른 가치는 죽이는 결과를 낳았다. 그래서 나랏일은 서로 상이한 가치를 어우러야 비로소 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분열은 한사람이나 한 집단에게만 유용한 것이지만 통합은 너나할것없이 모두에게 이로움을 주기 때문에 공동체 사회유지와 발전에는 매우 필요한 리더십이다.
며칠 전 아침에 있었던 일이다. 원주 MBC와 강원교통방송의 편성국장 등을 역임한 방송원로인 김한철 국장이 전화를 걸어왔다. 안부인사로 가끔 전화를 주고받곤 해서 이번에도 그런 전화려니 했는데, 뜻밖에도 집 주위 등산로 변 밭의 고구마줄거리를 주인으로부터 얻어놨으니 언제 시간 나는 대로 와서 가져가 소 먹이용으로 쓰라는 내용이었다. 가져갈 때까지 자신이 잘 말려 놓겠다는 말까지 덧붙이면서.

예상을 넘은 호의에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 남을 배려하는 아름다운 마음씨로 인해 그날 아침은 실로 오랜만에 맛보는 향기로운 아침이었다.

우리국민의 아픔을 가셔주고 다시 일어서게 하는 치료약은 남을 배려하는 작은 마음씨이지 냄새나는 천만금의 돈이 아니다. 지금 정치를 잘하네 못하네 말들 많지만 문제는 국민을 위하고 아끼는 정치, 국민을 하늘처럼 여기는 정치면 모든 것이 해소된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뭐 커다란 것을 원하지 않는다. 걱정만이라도 하지 않게 해주면 그것으로 족하게 여긴다. 이 얼마나 쉬운 일인가! 그리고 얼마나 소박한 바람인가!

정치인들이여! 어려운 일도 아니니 꼭 들어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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