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지표 실업률과 체감 실업률의 괴리 원인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이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 실업률은 7.0%이다. 이에 반해 통계청이 작성하는 공식 실업률은 3.6%이다. 결국 체감 실업률은 공식 실업률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셈이다.
왜 이런 괴리가 생기는 것일까. 통계청이 정의하는 실업자는 15세 이상 노동 가능 인구 중에서 조사기간 일주일 동안 구직활동을 하기는 했으나 1시간 이상 일을 하지 못한 사람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이 생각하는 실업자는 일하기를 원하기는 하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이다.
상당 기간 일자리를 찾기 위해 뛰어 다녔으나 취업에 실패하여 일자리 찾기를 중단한 사람을 경제학자들은 ‘실망 노동자’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실망 노동자’는 구직 활동을 중단하고 있으니 당연히 통계청이 정의하는 실업자에서 제외된다.
‘실망 노동자’의 존재는 경제에 심각한 착시 현상을 가져오기도 한다. 경기 침체가 시작될 즈음에는 취업자의 상당수가 실업자로 전락하여 공식 실업률이 높아진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그 골이 더욱 깊어질 경우, 실업자 중 다수가 구직 활동을 그만 두어 ‘실망 노동자’화 되면 공식 실업률이 오히려 낮아지는 것도 가능하다.
회사와의 계약이 1개월 미만인 임시직, 회사와의 계약 기간이 1개월~1년 미만인 일용직, 이 모두가 공식 실업자 통계에서 제외됨은 물론이다.
그러니 일반 국민들이 실업자로 보는 ‘실망 노동자’와 고용 상태가 지극히 불안정한 임시직, 일용직을 실업자로 포함하여 산정한 체감 실업률을 통계청이 발표하는 공식 실업률과 비교해 보면 상당한 괴리를 보일 수밖에 없다.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금년 6월 현재 청년층 실업자는 29만7천명이고 공식 실업률은 7.8%이다. 그러나 통계청 조사기간 일주일 동안 일자리를 알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공식적인 실업자 통계에 잡히지는 않지만 도서관이나 학원 등을 꾸준히 다니며 나름대로 열심히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청년 25만 명을 통계청의 공식 청년 실업자에 더하면 체감 청년 실업률은 무려 12.3%에 달한다.
공식 실업률 산정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세계적으로 인정된 실업자의 정의에 따라 산정되는 공식 실업률 수치는 국제적으로 표준화되어 있어 국제 비교 등을 위해서라도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실망 노동자’ 즉 임시직, 일용직, 그리고 취업 재수생 등이 실업자 계산에서 빠져 있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체감 실업률을 추가로 산정, 공식 실업률을 보완하고 정책 마련에 반영할 필요가 있겠다.
대통령과 여러 경제 장관들은 나라 경제가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며 일부 언론 등이 흘리는 위기설 때문에 경제가 더 어려워진다고 불평한 바 있다. 공식 실업률 3.6%에 연간 경제성장률 5% 정도라면 그런 대로 봐줄 만한 수준이 아니냐는 생각이 바닥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심각한 수준의 체감 실업률과 수출 관련 일부 부문을 제외한 산업 전반에 밀어닥치고 있는 칼바람 체감 경기를 제대로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각종 공식 경제 통계가 빚어내는 착시 현상에 현혹되지 않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냉정하게 인식하는 것이야 말로 한국 경제를 위기에서 구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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