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오??상지대경제학(문화경제학)교수

대하드라마 ‘토지’의 주요 촬영 세트장을 겸한 영상관광문화단지가 횡성에 조성된다는 보도를 최근 접하게 되었다. 이 사업은 횡성군과 SBS 드라마 제작팀, 그리고 민간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하여 추진된다고 한다.

특히, SBS는 세트장이 완공되는 9월말부터 드라마 촬영을 시작, 10월말부터 방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횡성군은 이 세트장을 스튜디오형 테마파크로 꾸며 지역 홍보는 물론이고 지역관광사업의 활성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약 300억 원에 달하는 돈이 투자될 것으로 전해지는 이 사업의 성공 여부는 횡성군과 관련 기업체의 운영 방식과 그 능력에 달려 있지만, 이 사업이 우리의 흥미를 끄는 것은 원주가 지향하고 있는 이미지가 무엇인가에 대한 것에서부터 지역의 고유한 문화자본을 활용한 전략이 무엇인가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점들을 생각하게 한다는 것이다.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는 왜 횡성에 ‘토지’의 촬영 세트장이 건설될까 하는 물음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물음은 이미 원주에는 박경리 선생의 불후의 창작품인 ‘토지’를 낳은 산실인 토지문학공원과 토지문화관 등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자연스럽게 제기되기 마련이다. 본격적인 주5일근무제 도입을 맞이하여, 토지의 촬영 세트장 건설이라는 점에서는 일차적으로 원주시가 횡성군에 선수를 빼앗겼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러면, 횡성에 ‘토지’의 촬영 세트장이 들어서면 원주 지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일차적으로, 토지를 낳은 산실이 원주라는 이미지가 일정 부분 희석될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박경리 여사와 관련된 문화 시설들을 찾는 방문객들의 발걸음도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게 될 것이다.

원주시의 입장에서는 신청사 건립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전통테마파크 건설(우리 지역의 전통과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 테마가 들어 있다는 점에서 개성이 결여된 테마파크를 지향하고 있지만)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토지 촬영장의 건설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부정적인 판단을 내렸을 것으로 짐작된다.

문제는 문화시설과 관련된 정책을 마련하고 집행할 때 경제학적인 관점(기회비용의 관점)에 입각하여 여러 가지 대체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했는가 하는 점이다. 원주지역의 고유가치 내지는 원주지역을 대변하는 문화자본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을 수 있다. 박경리, 장일순, 김지하 등과 같은 인물일 수도 있고, 이들을 포괄하는 사상(생명 사상)일 수도 있고, 원주 한지, 원주 옻 등과 같은 문화자원일 수도 있고, 국제타투 등과 같은 공연일 수도 있다.

우리 지역의 문화활동과 문화시설에 대한 투자는 우리가 추구하는 지역 이미지에 부합하도록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져야만 한다. 외부인들이 원주 지역은 생명 사상의 도시라고 이야기 하는 데 이웃 지역에서 그와 관련된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루진다거나, 생명 문화의 도시와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경기도 수원 지역에서 세계 생명 축제가 개최된 사례 등은 우리 지역에서 지역 이미지에 부합하는 문화정책이 수립되고, 집행되고 있는가에 대해 일정한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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