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추석이면 조상들 산소를 찾아 성묘하는 모습은 우리의 대표적인 미풍양속 중 하나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도 장묘문화 변화로 인해 점차 달라질 전망이다.
　갈수록 묘자리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저출산이나 무자녀가족의 증가로 돌보지 못할 산소가 늘게 돼 화장이나 수목장 등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생전의 불효자들이 사후에 효자가 돼 산소를 잘 돌보리라는 기대를 부모세대들이 접게 된 것도 한몫 하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추모공원은 장묘문화 변모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사자(死者)의 자리 마련이 산 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지자체마다 추모공원 건립계획에 난항을 겪고 있다.
　원주시가 2004년부터 추진해온 추모공원 조성사업도 몇 차례의 진통을 겪으며 추진되는가 싶더니 공원신청지역 주민들의 의견불일치로 또다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원주시는 추모공원 건립지 주민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안했으나 지가하락이나 추모공원을 혐오시설로 간주하는 인식 때문에 쉽사리 확정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원주시만의 모습은 아니다.
　추모공원 기피에는 지역이기주의 이외에도 죽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다. 죽음은 생각하고 싶지 않을 만큼 두려운 것이므로 그것을 수시로 기억할 만한 시설을 가까이 두고 싶지 않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일 것이다. 이는 경제적 인센티브로 쉽게 위로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죽음을 가까이 떠올리는 것이 무섭고 불쾌한 것이기만 할까?  
　많은 성현들은 죽음에 대한 사색이 우리에게 유익한 가르침을 준다고 강조했다. 죽음에 대한 사색은 살아있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진리를 잊고 사는 우리들에게 남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일깨워준다. 죽음에 빗대어보면 사소한 다툼이나 증오, 부와 명예에 대한 집착 등 우리 삶의 덧없음과 부질없음이 훨씬 명확해진다.
　이러한 점에서 본다면 추모공원이든 묘지이든 사자(死者)의 자리는 떠난 자보다는 남은 자들을 위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내 영혼이 육신을 떠났을 때, 나의 남은 잔재들(몸뚱이든 뼛가루이든)이 남아있을 만한 곳을 정하라면 외딴섬처럼 너무 멀리 있거나 황무지나 을씨년스러운 구석이 아니라 가끔은 자손이나 지인들이 찾아와 나를 기억해줄 만한 곳, 즉 밝고 쾌적하고 아늑해 어린 자손들이 뛰어놀기도 하고 또는 세상사로 힘겨울 때 나와의 추억을 더듬으며 위안을 얻고 삶을 다시 다잡아보고 돌아가는 곳이길 바란다. 외국의 경우 말 그대로 '공원'같은 추모공원이 많다. 
　그것이 어떤 형태이든 어차피 우리는 이 땅 위에 죽은 자의 작은 자리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은 사자(死者)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고, 우리 자신의 자리 마련이기도 하다.
　따라서 무조건 추모공원을 거부하기 보다 그 형태와 내용을 논의하는 것이 더 현명하며 논의의 진전을 위해서는 죽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함께 진행될 필요가 있다.
　문득 붓다가 말한 '이 삶은 너무나 빨리 사라진다. 마치 막대기로 물 위에 쓴 글씨처럼'이라는 문구를 떠올리며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해봤다. '어제 우리 동네 뒷산에 누군가의 뼛가루를 묻으면 안 된다고 외치던 사람이, 오늘 그 뒷산에 묻혀 있다…'.
장영인 교수(한라대 사회복지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