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오종  한라대경제통상학부교수

얼마 전 시카고 트리뷴을 읽다 깜짝 놀랐다.  문화 섹션 1면 톱으로  ‘한국 연속극, 미국 시청자를 휘어잡다’라는 제목의 글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기사 가운데 탤런트 이영애의 사진이 실려 있었다. 시카고 트리뷴은 뉴욕 타임즈, 워싱턴 포스트 등과 함께 미국에서 격조 높은 일간지 중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는 신문이다.

시카고 트리뷴의 모니카 잉(Monica Eng) 기자에 의하면 상당수의 미국인들이 한인 방송에서 방영하고 있는 ‘A Jewel In The Palace(대장금)’에 매료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마주친 ‘대장금’ 연속극을 호기심이 발동되어 한두번 보다보니 자신들도 모르게 빨려들어 계속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입으로 전해진 소문으로 말미암아 급기야 카페에서 여러 미국인들이 함께 모여 시청하기도 한다고 한다.

시카고의 KBC-TV는 시카고와 그 인근에 살고 있는 한국 이민자들을 주대상으로 방영되고 있다. 조국이 그리운 이민 1세대들에게 한국 뉴스와 한국의 인기 TV 프로그램(가요 무대, TV는 사랑을 싣고, 전국 노래 자랑 등)을 보여준다. TV 연속극 중에서도 한국에서 재미있다고 인정받은 작품들은 시차가 몇 달 나기는 해도 전파에 싣는다. 한국어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상당수의 이민 2세대를 위해서는 영어 자막을 달아준다. 미국인들이 한국 연속극을 좋아하게 된 데는 깔끔한 번역을 거친 자막도 한 몫을 톡톡히 한 것으로 판단된다.

어떻게 생소하기 그지없는 한국 연속극을 계속 시청하게 되었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답한 미국인들은 베일 속에 가려진 한국 사회와 문화를 들추어보는데 색다른 묘미를 느꼈다고 한다. 섹스나 폭력이 판치는 미국 연속극에 식상한 그들은 ‘대장금’에서 높은 도덕성을 발견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종영된 후 미국에 와서 뒤늦게 드라마를 대충 본 필자가 생각해도 ‘대장금’은 미국인에게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다. ‘대장금’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으로 볼 때 아시아에 불고 있는 ‘한류’ 바람이 미주에도 상륙할 가능성이 희미하게나마 보이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 생각해 보는 것은 우리 문화를 잘 지키고 키워나가는 것이 세계시장에서 우리의 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라는 점이다. 경제학계에서도 문화경제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부상하고 있는 것도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지금 세계 수준의 통신기기, 전자제품, 반도체, 선박 및 자동차를 세계시장에 판매하여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내수와 투자가 바닥을 기고 있어 경제가 어려운데도 이러한 효자 품목들 때문에 우리 경제가 그나마 버티고 있다. 이런 뛰어난 품목에 더하여 우리 고유의 문화에 바탕한 경쟁력 있는 문화 상품을 수출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 모방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부가가치 면에서도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상상력이 풍부한 신세대 젊은이들이 가장 한국적인 문화에 바탕을 둔 멋진 문화 상품을 만들어 세계시장에 내어 놓아 한국 문화도 알리고 외화도 벌어들이는 일석이조의 꿈을 실현할 수 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