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진 언론인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의 소리들이 여기 저기서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달 초까지 현 경제 상황은 위기가 아니라고 대통령에게 보고한 경제 부총리 조차도 이제와선 우리의 경제를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빠진 환자로 비유하고 있어 피부로 느끼는 이상의 심각성을 짐작케 한다.

경제 전문가들은 잠재 성장률에 못미치는 저성장이 계속된다면 일본과 같은 경기 침체가 이력(履歷)화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정부 기업 등 주요 경제 주체들에게 연일 경고를 보내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상황은 회복기에 접어든 세계 경기 사이클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우리 경제 발전을 벤치 마킹하던 13억 인구의 중국은 실용주의적인 국가 경제 발전 전략에 힘입어 무서운 속도로 성장, 발전하고 있고 잃어버린 10년의 일본경제도 최근 들어 서서히 되살아나고 있어 박탈감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한때 한국의 발전상은 세계인들의 선망의 대상이었고 연구과제가 될 만큼 성공적이며 경이로웠다. 세계적 대학인 하버드대에선 사무엘 헌팅턴 교수 주도하에 심포지움을 조직 우리의 경제 발전상을 집중 연구하기도 했다. 헌팅턴 교수는 「10년 전 한국과 아프리카 가나의 60년대 초 경제 통계를 보고 두 나라의 GNP가 너무 비슷해??깜짝 놀랐다. 그런데 30년 뒤 한국은 가나 GNP의 15배가 넘는 14위의 경제 강국으로 발전했다. 이 놀라운 일을 풀기 위해 심포지엄을 구성하게 됐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우리는 9년 전에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달성하고 이어 2만 달러를 목표로 달려 왔으나 이런 추세라면 2만 달러는커녕 어렵게 이룩한 1만 달러선 마저 지킬 수 있을까 걱정이다. 어쩌다 이지경이 됐는가? IMF 외환 사태의 충격이 그렇게도 컸던가. 학계, 경제계에선 이 같은 추락 현상에 대해 백가쟁명식으로 요인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근본은 경제 기반의 취약성과 오만한 사회기풍에서 원인을 찾아야 할 것 같다.??우리가 한창 성장해 나갈 때 자만에 빠져 이 같은 미래를 예상하고 미리 미리 대비하지 못한 것이 오늘의 화를 불러오게 했다. 젊을 때 돈 잘 번다고 흥청망청 쓰고 노후에 빈 털털이로 고생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좀 소득이 높아졌다고 신나게 놀러 다니고 온당치 못한 일에 돈을 쓰다보니 경제가 온전할 수 있을까. 하늘도 노할 일 임을 삼척 동자도 알 것이다. 일찍이 아널드 토인비는 역사의 흥망을 도전과 응전이란 개념으로 설명하면서 성공한 역사 변혁주체들이 범하기 쉬운 휴브리스(Hubris.자만·오만)를 경계한 바가 있다. 휴브리스는 개인의 균형감각, 합리적 판단력에 손상을 입혀 결국에는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휴브리스의 우(愚)를 국가나 기업 경영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가 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리스나 로마, 몽고 제국 등이 이 같은 길을 걸어 몰락했고 최근의 일본도 불침 항모라는 오만함으로 10년 침체란 대가를 톡톡히 치루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어떤가? 세계적 불황 속에서도 경제가 살아나고 있음은 부단한 자기혁신을 통해 자가제동이 있어기에 가능했다. 한국의 한CEO는 지난해 미국 MIT대학의 특강에서 IT산업에 대한 자신의 연설을 듣기 위해 복도까지 꽉 들어찬 학생과 교수들의 열기와 진지한 모습에 크게 감동을 받았고 이로 인해 미국의 미래는 계속 밝을 것이라는 예감을 갖게 됐다고 했다.

우리는 그 동안 성공자로서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가. 곤고 할 때는 잠잠히 생각하라는 성경 말씀처럼 깊은 자기 성찰에 들어가야겠다. 도전과 응전의 열매에 도취되어 오만과 교만에 빠져 나라와 민족을 어렵게 한 것은 아닌지. 되지도 않은 일에 미리 샴페인을 터트리는 성급함을 드러내지는 않았는지, 정치 논리가 경제의 발목을 잡지는 않았는지, 1만불 짜리도 안 되는데 2, 3만불 짜리로 터무니 없이 살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고 또 돌아봐야겠다. 잠언에서 지혜자의 마음은 상가(喪家)에 있고 어리석은 자는 잔치 집에 가 있다고 했다. 귀담아 들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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