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진 언론인

우리는 글로벌과 지식정보 혁명 시대를 맞아 무한 경쟁 속에 살고 있다. 따라서 끊임없이 변신하고 개혁하지 않으면 성장은 커녕 존립하기도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얼마 전에 스위스 로잔에 있는 국제경영개발연구소(IMD)가 발표한 국가 경쟁력을 보면 인구 2천만명 이상 30개 경제권 중 한국은 15위로 작년에 이어 제자리인 반면 대만, 말레이시아, 중국, 인도 등은 종전의 순위를 뒤집어 우리보다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4위의 무역 대국 중국은 우리를 성큼 쫓아와 기술격차면에서 1.7년으로 좁혀놨고 향후 5년 내에 역전이 예상되며 이런 추세라면 대 중국무역 수지도 2011년께는 적자로 들어설 전망이어서 끊임없는 변화와 개혁이 얼마나 우리에게 절실한가를 말해주고 있다.
진화론자인 찰스 다윈도 살아남는 것은 크고 강한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것이라고 했듯이 변화는 생태계 뿐 아니라 모든 인류 문명에 필요한 담론이 되고있다.「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세계 석학들의 예측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은 「변화의 가속화」라는 것이다.

이렇듯 변화는 인류 문명 발전에 꼭 필요한 욕구이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별로 환영적이 아니다. 시장 경쟁을 통한 자연스러운 것이나, 국가 권력등 타력에 의한 강요된 변화이든, 고통과 불이익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것이 미래에 대한 확실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할 때 더욱 외면을 당할 수밖에 없다. 요즈음 많이 논란되고 있는 보수니 진보니 하는 것도 사실 따져보면 변화를 받아들이는 자세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이 강력한 세계적 일류 국가가 된 것은 19세기 링컨의 노예 해방, 20세기 루즈벨트의 뉴딜 정책, 케네디의 신 개척 정신, 레이건의 미국 자부심 증진 등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를 슬기롭게 수용했기 때문이다.
반면 징키스칸 시대에 유라시아 대륙을 호령하던 몽골족은 “좋은 집에서 살지 말고, 안락한 침대에서 잠자지 말라”던 징키스칸의 유훈을 망각하고 점령지의 화려한 문물에 동화되어 정체성을 상실, 위대한 유업을 물거품으로 만들었고, 청나라를 세워 한족을 지배했던 여진족도 변화 요구를 잘못 읽어 같은 길을 걷게 된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 우리는 내외적으로 많은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경제난과 한미동맹의 약화, 북한 핵 등으로 인한 안보상황의 취약성, 국제간 경쟁치열 등이 우리가 일찍이 체험하지 못한 환경이어서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게다가 국내적으론 노무현 정권이후 보수와 진보의 갈등격화, 그리고 개혁적 차원에서의 수도이전 추진 등으로 인한 국론과 지역분열 조짐 등이 한꺼번에 밀어닥치고 있어 국민들로 하여금 갈피를 못 잡게 하고 있다. 아무리 명분 있는 변화와 개혁이라도 동시 다발적으로 일시에 엄습해 수용을 강요한다면 제아무리 우수한 민족이라도 이를 단기간에 소화해 내기란 쉽지가 않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바로 그런 꼴이다.

우리 사회를 맹렬히 강타하고 있는 변화의 욕구는 당연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전폭적 공감을 못 받는 것은 감당해야 할 변화량이 너무 많은데다, 일방적이라는데 이유가 있다.
세계적 석학들도 앞으로 큰 변화를 예측하면서 사회적 신뢰 수준의 제고, 성숙한 시민사회 구현, 자기 성찰적 자세 등을 변동의 급류를 헤쳐 나갈 로(櫓)로 제시하고 있듯이 우리도 일방적으로 밀고 나가는 자세에서 탈피, 사회적 완충 책을 마련, 변화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변화와 개혁 후에 있을 Better 또는 Best way를 확실히 보여 주어 국민들의 공감과 자진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개혁 성공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변화의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비상이냐 추락이냐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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