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오종 한라대경제통상학부교수


존슨=그린스펀 의장님과 대담을 나누게 되어 영광스럽습니다. 미국에서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이라는 자리는 한국의 경우 한국은행 총재직에 해당되지만 영향력은 서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고 들었어요.


의장님께서는 최근 그 중요한 자리에 재지명되셨다면서요.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외람되지만 의장님의 연세가 78세이신데 또 재지명되시다니,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예정대로 새로 4년 임기를 마치시면 5번 중임, 20년 재임이라는 신기록을 세우시게 되지 않습니까?



그린스펀=야구사에 길이 빛날 대투수를 직접 만나게 되니 저 또한 여간 기쁘지 않아요.


존슨 선수는 공교롭게도 제가 재지명된 지난 5월 19일 벌어진 경기에서 모든 투수들의 꿈인 퍼펙트게임을 기록하지 않았습니까? 안타와 출루 그리고 실책이 하나도 없는 말 그대로 완벽한 게임을 펼친 것이니 환호의 박수를 보냅니다.


존슨 선수의 퍼펙트게임 기록은 135년의 미국 메이저리그 역사상 17번째이자 최고령 선수 기록이라면서요. 종전 퍼펙트게임을 기록한 최고령 선수는 1904년 당시 37세이던 전설적 투수 사이 영이라던데 존슨 선수는 지금 40세니 존슨 선수의 기록은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 같아요.



존슨= 저희끼리 서로 추켜세우는 이야기나 하라고 원주투데이가 대담을 주선한 것은 아니겠지요.
재작년까지 아리조나에서 한솥밥을 먹던 김병현 선수가 그러던데 한국에는 ‘사오정’이나 ‘오륙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노장년 실업 문제가 심각하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는 여당 인사가 노인폄하 발언을 해서 물의를 일으켰다고 하더군요. 이런 문제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린스펀= 자본과 자원이 빈약하기 그지없었던 한국이 빛나는 경제성장을 지속해 올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은 한국의 놀라운 인적자본이라고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어요.


한국인들이 부지런히 공부하고 피땀 흘려 일해 온 결과 한국은 세계 경제에 우뚝 솟아오르게 되었는데 막상 그 주역을 담당했던 40대 이상 분들이 퇴물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이 여간 안타깝지 않아요.
기업들도 노장년층 인력을 군더더기로 생각하여 헌신짝 내던지듯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경험과 경륜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고령자들의 높은 임금 부담을 덜어가는 방안으로 임금 피크제의 도입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겠어요. 정부로서도 노장년층 인력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갈 수 있도록 적절한 재교육과 연수 기회를 제공하는 기업들에게 각종 인센티브를 주는 등 대책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존슨=저의 경우도 나이를 극복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어요. 서른아홉이던 지난 시즌에 기록한 6승 8패는 메이저리그 간판 투수라는 이름이 부끄러운 참담한 성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저 자신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절치부심 노력한 결과 올해 퍼펙트게임까지 기록할 수 있었어요. 의장님도 연세가 그만하심에도 불구하고 참모들이 작성한 보고서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자료를 챙기시는 일벌레라면서요.


그렇게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소신을 지키시니 누가 의장님의 나이를 논하겠어요? 오히려 의장님 말씀 한마디 한마디에 세계 증시가 출렁인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의 40대 이상 분들도 험한 환경을 만나 좌절하기보다는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낸 주인공으로서의 자부심과 자신에 대한 믿음을 굳건히 지켰으면 해요.


저희 두 사람을 보더라도 나이 자체가 문제가 아니니까, 나이 때문에 주눅 들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분들께 생물학적 나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 굳센 의지, 도전 정신, 불치하문의 자세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원주투데이  webmaster@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