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영어동아리 ‘모데라토’
콩나물, 두부값을 아껴서 해외로 영어실습을 나가겠다는 야무진 주부들. 학창시절 진작에 열심히 공부할껄하며 후회하기 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말하는 당당한 주부들.


월요일 아침, 여성민우회 사무실에 가면 평균연령 30대 중반인 이들을 만나볼 수 있다.
바로 주부영어동아리인 ‘모데라토’ 회원들.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째 영어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모데라토’는 보통빠르기라는 뜻의 음악용어인데 너무 빠르게 가다보면 지칠 수 있고 그렇다고 마냥 느리게 배울 수도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보통 빠르기로 꾸준하게 영어를 공부하자는 의미다.


열정적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장지숙씨(54)는 학원강사로 활동했고 미국에서도 생활한 경험이 있는 실력있는 강사.
자청해서 강사를 맡고 모임을 꾸린 장씨는 “결석없이 성실하게 배우는 태도가 너무 예쁘고 노력하는 만큼 실력이 쑥쑥 느는 걸 보면 보람을 느낀다”면서 “가르친다기보다 오히려 잊었던 것을 새로 깨닫고 배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했다.


회원들은 영어를 배우면서 좋아진게 많다.
김은아씨는 “초등학교 3, 6학년인 아이들과 매일 한시간씩 영어공부를 하며 학원비를 줄였다”고 자랑했다. 김씨는 “모데라토에서 배운 내용을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아이들과 남편이 ‘엄마가 유식해졌다’고 말할때면 어깨가 으쓱해진다고 했다.
장사를 하고 있는 이용주씨는 “며느리와 해외여행을 가게 되더라도 짐스럽지 않고 오히려 가이드 역할을 해주는 멋진 시어머니가 되려고 영어를 배운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은영씨는 대학을 졸업한후 스스로를 위해 해본 일이 없는데 영어를 배우면서 삶의 즐거움을 느낀다고 귀띔했다.
모데라토 회원들은 모두들 냉장고 정리에 열심이다. 미처 먹지못하고 버리는 음식이 없게 하고 외식을 안하는등 반찬값을 줄여 1주일에 1만원정도씩 기금을 모은다.
오는 11월말 해외로 영어실습을 나가기 위해서다. 단순히 관광이 아닌 영어 실전이 목적이라 가이드없이 회원 각자가 알아서 외국인들과 대화하며 여행할 계획이다.


낯선땅에서 국제 미아가 되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지만 가족에게 당당하고 멋진 엄마, 능력있는 아내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오늘도 영어책을 펼쳐든다.

<함미선 기자>  msha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