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주 [수건축 대표]

술은 현대생활에서 외면할 수 없다. 그러나 지나치면 해가 되는 필요악이기도 하다. 전통주는 수많은 술 중 친근하면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우리 술이다.

우리나라에서 술은 주세법을 바탕으로 알코올 성분 또는 주정 함량 1% 이상을 함유한 음료로 정의한다. 알코올 성분이 들어 있는 모든 기호를 총칭하며 마시면 취하게 하는 기능성 발효식품이다. 주정(에틸알코올 또는 에탄올)이 주성분으로 당질의 성격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눌 수 있지만 만들어지는 원리와 과정은 거의 같다.  

술은 인류역사에서 민족의 형성과 더불어 자연채취식의 원시생활이 시작된 이래 자연 발생적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즉 과일이나 곡류 등 장질이 많은 원료에 미생물이 자연 발생적으로 생육해 알코올이 생성됐으며 이러한 발효 산물을 우연히 발견, 맛을 보고 그것이 기호에 맞다는 것을 체득하게 됐을 거라는 것.

우리나라 술의 기원을 추측하건대 아시아 문화권은 계절풍의 영향으로 고온다습해 농경형 식생활을 형성했으며 곡류에 자연적으로 곰팡이를 번식시킨 누룩을 사용해 술을 담았다. 유럽의 경우는 여름이 건조한 탓에 목축형 식생활이 형성됐다.

따라서 누룩이 아닌 포도와 같이 당분을 많이 함유한 과실이나 보리 싹을 틔워 만든 맥주를 탄생시켰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문화권으로 밀, 보리에 곰팡이를 번식시켜 만든 누룩을 이용해 쌀, 찹쌀, 보리, 수수, 옥수수, 고구마, 감자 등의 전분질을 함유한 곡류로 술을 빚어 왔다.      
  
우리나라 술의 기원은 ‘고 삼국사기’에 나온다. 고구려 동명성왕 건국담에 천제의 아들 해모수가 하백의 세 딸이 더위에 못 이겨 청하의 웅심연에서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 아름다움에 도취한 나머지 시신을 시켜 가까이 하려 했다.

그러나 응하지 않아 시신의 조언대로 새로 궁실을 짓고 술을 마련해 초청을 했다. 초대에 응한 세 처녀가 술에 만취해 돌아가려 하자 해모수가 앞을 막고 하소연했으나 도망치려 해 시신을 시켜 붙잡게 했다.

둘을 도망치고 큰딸 유화만이 붙들려 해모수와 잠을 자게 된다. 유화는 고구려의 시조가 되는 동명성왕 주몽을 낳는다. 이 신화에 술에 대한 기록이 처음 등장한다. 이로써 우리나라 술의 기원을 유추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술은 대개가 1907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주세령이 제정·발표되기 전까지 각 가정에서 제조, 소비되는 특징이 있었다. 가정마다 비법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약주나 소주에 인삼 등의 약제를 첨가해 약리적 작용을 추구하고자 여러 가지 혼성주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술 이름도 다양해 흰 노을 같다는 백하주, 개미가 떴다 해 부의주, 푸른 파도빛을 띤다는 녹파주, 향기로워 차마 삼키기 아깝다는 뜻의 석탄주 등. 술 이름만 해도 수십 가지에 이르고 술에 꽃잎, 나뭇잎, 약재 등을 넣어 그 성분과 향기를 우려내는 가향주류로는 고화주, 연엽주, 송순주, 죽엽주 등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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