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 한 그릇에 아침식사, 해장, 보양까지

더욱 쌀쌀해진 날씨, 따끈따끈한 죽이 그리워지는 계절이 왔다. 죽은 옛날에는 가난한 살림에 많은 식구들이 고루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일종의 `구황식품`이었다. 그러나 세태는 변하는 법. 이 죽이 한국인의 ‘지혜식’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소화가 잘 되고 고루 영양분을 갖춘 데다 다이어트에도 좋은 건강식으로, 또 입맛을 돋구는 별미로. 현대인의 메뉴로 각광받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앙동 로데오 거리 입구에 자리잡은 죽 전문점 미가(사장:김기원)는 바쁜 현대인에게 보양식으로, 아침식사 대용으로, 그리고 속 풀이 해장식으로 사랑받고 있는 전통 죽을 끓이는  집이다.

죽 전문점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23가지나 되는 다양한 메뉴를 자랑한다. 일반적으로 죽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흰죽을 비롯해 흑임자, 녹두, 잣 등 곡물류와 전복, 백합, 새우 등 해산물도 만날 수 있다. 모든 죽을 다시마, 대파, 무, 표고버섯 등 천연재료로만 우려 낸 육수로 끓여 내는 것도 신뢰감을 더하는 이유. 담백하고 깊은 맛은 물론 건강까지 생각한 ‘웰빙음식’으로 손색이 없다.

전복죽과 미가특선죽이 미가에서 자신있게 손에 꼽는 대표 영양죽이다.

미가의 전복죽은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 매일 그 날 쓸 양만큼만 들여오는 생전복으로 신선함을 자신한다. 전복내장에 감초, 계피, 녹각 등 6가지 한약재를 더한 소스로 죽을 끓여 낸다. 게우로도 불리는 전복 내장이 죽에 들어가면 색이 푸르스름해지며 맛이 더 고소해지고 담백해진다. 게우에는 전복 살 보다 영양분이 많고 더 진한 맛을 내기에 맛과 효능이 산모들과 회복기 환자들 보양식으로 그만이다. 1인분 1만5천원.

가리비, 백합, 굴, 홍합 등 각종 해산물과 야채를 조화시킨 미가특선죽은 웰빙붐을 타면서 손님들이 먼저 찾고 있는 메뉴. 어린이 이유식 대용으로 인기를 끌면서 젊은 주부들의 발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게 김 사장의 귀뜸이다. 1인분 1만원.

구수한 소고기야채죽(7천원)도 부담 없고 산란기에 잠시 상에서 내렸던 버섯굴죽(7천원)도 고객을 사로잡고 있다. 홍합죽, 닭죽 등도 꾸준히 잘 팔리는 메뉴로 꼽힌다. 잣죽과 검정깨로 만드는 흑임자죽, 녹두죽 등은 별미로 찾는 이들이 많다. 어떤 죽이든 영양가가 높아 한끼 식사로 충분하면서도 소화가 잘 돼 속이 편하다. 홍합죽, 닭죽 6천원. 잣죽, 흑임자죽, 녹두죽 7천원.  
죽과 함께 오징어 젓갈과 동치미, 김치, 우엉조림 등이 상에 오른다. 죽 자체에 여러 재료가 들어가는 까닭에 반찬의 양이 많지는 않다. 짭짜스름한 우엉은 죽을 감칠맛 나게 해주고 한국인의 필수 반찬인 김치의 신맛과 젓갈의 강한 맛, 동치미의 시원함도 죽과 함께 하는 맛들이다.

죽은 중불에 뭉근하게 끓여야 제대로 퍼지고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다. 너무 약한 불에 끓이면 재료의 맛을 내기가 어렵고, 센불에 끓이면 죽이 타버려 맛을 잃게 된다. “그만큼 정성이 들어가는 음식”이라는 게 김기원(43) 사장의 설명. “한 그릇 한 그릇에 정성을 담겠다”는 김 사장의 약속에 믿음이 간다.      

24석 좌석에 오전9시부터 밤10시까지 영업한다. 주차는 인근에 공영주차장이 있다. ▷문의:734-5958(미가)
김민호  mh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