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식 소머리곰탕·수육 대표 메뉴

한동안 북한음식 열풍이 분 적이 있었다. 남쪽의 대통령이 북을 방문하고 그 곳에서 대접받은 냉면이며 온반이 통일열풍과 함께 화제의 중심에 섰다. 물론 그 이전에도 귀순한 개그맨이 프랜차이즈 음식점으로 조명을 받은 일도 있고 연변동포들의 음식에 관심이 쏠린 적도 있다. 그래도 북한음식을 제대로 먹어 본 기억은 월남 1세대들의 손 맛이었다는 게 아직도 생존해 있는 실향민들의 전언이다.  

그런 실향민들이 ‘이 집은 제대로’라며 멀리에서도 발 품 팔아 찾아가는 집이 있다. 단구동 유승아파트 107동 앞에 자리잡아 대를 이어 소머리곰탕과 수육을 끓이고 있는 평북선천집(사장:김학진)이 그 곳.

평북선천집은 평북 선천에서 태어난 김학진(58) 사장이 모친이 쓰던 상호를 그대로 이어받아 10년만에 되살린 집이다. 1954년 김 사장 형제를 데리고 월남한 고 안보패(94년 작고) 여사가 자유시장 골목에서 40여년간 지켜 온 맛을 되살린 것. 당시 1군사령관도 평북선천집을 자주 찾아 자유시장에 별을 단 차량들이 길게 늘어 선 광경은 또 다른 볼거리이기도 했다.

평북선천집 대표메뉴는 소머리곰탕과 수육. 주방 한 켠에 가마솥을 걸고 순수 한우사골만을 24시간 끓여 낸 육수는 진국 중에 진국이다.

이 곳 곰탕에는 없는 게 두 가지가 있다. 소 머릿고기 외에 잡고기 부위가 없고  인공조미료가 없다. 담백하고 구수한 재료 고유의 맛을 살려 내기 위해 다른 부위의 고기는 일절 넣지 않고 마늘, 파, 고추, 소금, 등 천연양념만을 사용한다는 게 김 사장의 귀뜸.

그래서 첫 맛부터 끝 맛까지 꾸준한 담백함을 느낄 수 있다.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웰빙음식이 따로 없는 셈. 1그릇 5천원.
소 머릿고기에 우설과 볼태기살까지 듬뿍 얹어 끓여 내는 수육은 왠만한 보약 이상이다. 함께 넣는 인삼, 새송이버섯, 팽이버섯을 곁들여 먹는 맛도 일품이고 고기 밑에서 잡채를 건져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1만5천~2만5천원.

큼직한 이북식 만두가 입맛을 당기는 떡만두국(4천원)과 녹두빈대떡(1만원)도 손님들이 많이 찾는 메뉴.
특히 녹두에 돼지고기, 파, 숙주나물, 고사리, 배추김치를 함께 넣은 녹두빈대떡은 담백하고 고소하다. 국산녹두를 직접 맷돌에 갈아 반죽을 하고 암퇘지 기름에 부쳐 내는 게 비결. 김 사장은 “크기는 조금 작아 보이지만 녹두가 많이 들어갈수록 크게 부쳐 낼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신뢰를 더 받고 있다”고 소개한다.

어렵게 자란 사람일수록 이웃의 아픔을 더 잘 안다고 하던가. 최근 김 사장은 동사무소에 소년소녀가장 추천을 부탁했다. 방학을 하면 결식 아동들에게 매일 점심 저녁을 먹이겠다는 결심이다. “큰 일은 아니지만 사회에 환원한다는 생각으로 장사를 하겠다”는 김 사장의 마음이 음식 맛처럼 맛깔스럽다.

90여석 좌석에 30여대 주차할 수 있는 주차공간이 있다. 연중무휴 오전9시부터 밤12시까지 영업한다.
▷문의:764-1710(평북선천집)
김민호  mh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