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한정식 집 큰딸, 정갈하고 깊은 맛

쌀쌀한 기온이 몸을 자꾸 웅크리게 한다. 컨디션도 저하되고 당연히 입맛도 잃기 쉽다.

입맛을 잃었을 때 간장 게장만한 것이 없다. 먹어도 먹어도 체하지 않고 술술 넘어가는 것이 ‘밥 도둑이 따로 없다’는 말 그대로다. 다리 안쪽에 꽉 찬 속살을 파 먹은 후 게 등껍질에 밥을 담아 간장을 부어 비벼 먹을 때 그 포만감과 행복함이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행구동 원주공고 앞 꽃피는 산골(사장:최희순)은 내륙인 원주에서 기대 이상의 게장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주변 풍경과 어울리는 상호만큼이나 음식에서도 옛 정취가 물씬 풍긴다.

고한에서 소문난 한정식 집 5남매 중 장녀로 자란 최희순(50) 사장이 40년 전통의 친정 손 맛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강화도 시댁에서 전수받은 게장 맛이 더해지기에 강원도의 구수한 인심과 경기도 해안가의 바닷내음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야들야들한 속살과 주홍빛 알로 꽉찬 먹음직스러운 꽃게장은 보기만 해도 입안에 군침이 돈다. 살짝 한 입 베어 물면 향긋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기분 좋게 번진다. 짜거나 비린내가 나지 않고 아주 담백하다.

간장에 생강, 마늘, 청양고추와 밝힐 수 없는 비법 재료 등 8가지가 더 들어가야만 제대로 된 맛이 난다는 게 최 사장의 귀뜸. 5일에서 일주일 정도 숙성시켰을 때 가장 맛이 좋기에 날짜를 셈하여 손님상에 올린다. 꽃게장백반 1인분 2만원.

이 집에서는 ‘돌게’로 담근 간장게장도 맛볼 수 있다. ‘박하지’ 또는 ‘민꽃게’라 불리는 돌게는 크기가 작지만 맛이 담백하고 가격이 저렴해 찾는 사람이 많다. 돌게장백반 1인분 7천원.

게장백반에 함께 내는 밑반찬들도 맛깔스럽다. 산나물볶음, 무말랭이, 고추무침, 깻잎무침 등 정갈함 속에 깊은 맛이 담겨 있다. 고한 친정에서 제철나물로 만들어 가져온다는 설명을 듣고 나면 40년 전통을 음미하려는 젓가락질이 바빠진다.      
간장게장을 즐기지 않는 사람은 시원하게 끓여 내는 꽃게탕(2인분 2만원)과 안면도산 바지락을 아끼지 않고 푸짐하게 담아 내는 바지락칼국수(4천원)를 선택할 수 있다.

인근 주민들에게 구입한 도토리로 쑨 진짜배기 도토리묵(6천원)과 감자전(5천원)도 안주를 찾은 손님들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게 만든다.

50석의 좌석과 식당 앞 뒤에 20여대를 주차시킬 수 있는 주차장이 있다. 연중무휴 오전10시부터 오후10시까지 문을 연다. ▷문의:747-0773(꽃피는 산골)
김민호  mh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