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가지 양념 넣은 순대국 인기
국밥, 얼큰·구수·개운한 뒷맛


배를 채우기 바빴던 과거에는 맛이야 어떻든 양만 푸짐하면 모든 것이 용서됐다. 그러나 요즘 입맛은 음식 조미료까지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개운동 원마트에서 50m 올라가면 오른쪽에 흥업순대(사장:이명철)가 있다. 옛날 가마솥 내걸고 장작불 지피던 시절부터 한 세대를 뛰어넘도록 한결같이 입맛을 만족시켜온 곳이다. 장국순대국밥과 옛날순대(막창순대)의 자부심을 내걸고 2대 째 맛을 지켜 온 30년 전통이 살아 있는 집.

세월을 가로지르는 문이라 여기며 안으로 들어서면 30년 전통이 깃들어 있는 집이라기엔 너무 깔끔하다. 이명철씨(37)와 이명용씨(30) 형제가 부모님과 더불어 우애를 과시하며 함께 꾸려 가고 있는 이 집의 역사는 한 세대 위에서 찾을 수 있다.
1970년대 원주 토박이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자유시장 순대골목 청원식당이 바로 이씨 형제의 부모가 운영하던 곳. 세월의 무게가 힘겨워 90년대 초 장사를 접었다가 98년 막내 명용씨가 부모를 도와 흥업에서 흥업식당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청원식당의 맛을 그리워 했던 이들이 다시 찾아오고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나면서 손님이 밀려 들었다. 그러자 밀려드는 손님을 받기에 식당이 너무 비좁아 2001년 개운동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현재의 위치에서 학원을 운영하던 명철씨가 본격적으로 가업 잇기에 나선 것도 그 때부터.

이 곳은 순대국에 장을 풀어 진한 맛을 낸다. 어머니 최봉자(62) 여사가 직접 메주를 띄워 담근 장에다 마늘, 생강, 고춧가루 등 18가지 양념을 첨가한다. 여기에 막내 명용씨가 매일 직접 도축장에서 선별해 온 내장과 고기로 만든 순대가 더해진다. 얼큰하고 구수하면서 뒷맛까지 개운한 국밥은 한끼 식사로도 푸짐하지만 해장용으로도 적당하다. 늘 위생에 신경쓰기도 하지만 내장 손질만은 정성에 정성을 기울인다. 귀래면 청정지역에 농장을 두고 모든 재료를 그 곳에서 준비하는 것도 깨끗한 음식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 때문에 특유의 냄새도 없어 순대국을 멀리 하던 젊은 여성들의 발길도 만만치 않다.
1그릇 5천원.

흥업식당에는 순대를 골라 먹는 재미도 있다. 찹쌀과 당면을 주재료로 만드는 찹쌀순대(5천원)와 막창에 무청시래기, 호박, 부추, 깻잎 등 14가지 재료가 들어가는 옛날순대(1만원) 중 선택할 수 있다. 옛날순대는 옛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어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도 많다는 게 이사장의 귀띔. 묵은 맛과 새 맛의 깊은 조화가 30년 세월을 어떻게 지켜 왔는지 짐작 가게 한다.

여러 명이 술안주로 즐기기에는 곱창순대볶음(1만5천원)과 곱창순대전골(1만5천원)을 추천한다. 간, 곱창, 오소리감투까지 푸짐하게 얹어 손님상에 올린다.

최근 스키시즌을 맞아 춘천 베어스타운과 납품계약을 맺었다. 흥업순대를 전국적인 프랜차이즈업체로 만들겠다는 이씨 형제의 첫 걸음이 상쾌하게 느껴진다.

130석의 좌석과 50대의 주차공간이 있다. 둘째 주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10시부터 밤11시까지 영업한다.
▷문의:762-3303(흥업순대)
김민호  mhkim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