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청시래기밥, 오곡밥, 흑미토종백숙 인기 메뉴

판부면 금대리 철다리 입구에 위치한 꿀단지는 요즘이 제철이다. 식당 풍경이 가을산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 식당이 없었으면 뒷산이 쓸쓸하게 느껴졌을것 같다.

식당 앞뜰에 놓인 너와정자도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너와정자에서는 또아리굴을 벗어나는 기차가 보인다.
꿀단지는 사장 현정섭씨(48)의 혼이 깃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7년 전 지금의 식당 건물을 지은 뒤 손수 내부 인테리어를 했다. 남의 손은 일절 빌리지 않았다. 인테리어 뿐만 아니라 탁자, 의자, 난로, 갓등, 차 받침대 등도 모두 현 사장이 직접 만들었다.

메뉴판도 현 사장의 작품으로 나무를 다듬고 경칩을 달아 메뉴판을 열고 닫을 수 있도록 4개를 만들었는데 이를 탐낸 손님들이 2개를 가져가는 바람에 2개만 남아 있다.

이를 모두 완성하기까지 자그마치 3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참으로 느긋한 성격의 소유자인 듯 보인다. 그런데 실은 속사정이 있었다. 이 곳이 국립공원 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었던 것. 현 사장은 언젠가는 보호구역에서 해제될 것으로 믿고 느긋하게 식당 꾸미기에 전념해 왔다.

오픈은 보호구역에서 해제된 한달여 후인 7월 초였다.
현 사장이 식당 만들기에 몰두해 있을 때 아내 김순덕씨(42)는 메뉴 개발에 여념이 없었다. 주로 집에서 손쉽게 거둘 수 있는 재료들로 음식을 준비했으니, 다름 아닌 웰빙식이 됐다.

메인 음식은 무청시래기밥(6천원). 무를 수확하고 난 후 밭 지천에 널리는 무청시래기를 이용한 음식이다. 적당히 삶은 무청시래기에 집에서 담근 막장과 갖은 양념으로 간을 한 후 쌀과 섞어 끓인 밥이다. 양념간장에 비벼 먹으면 금새 그릇의 바닥이 드러난다.

오곡밥(8천원)도 많이들 찾는다. 정월대보름에 먹는 오곡밥과 같다. 찹쌀, 조, 검은콩, 수수, 팥, 흑미, 쌀로 밥을 짓고, 반찬으로 고사리, 취나물, 무나물 등과 튀각, 된장찌개 등이 나온다.

흑미토종백숙(3만원)은 몸에 대단히 좋은 음식이라고 김씨의 자랑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흑미가 열을 내려주고 몸안의 독소를 배출하는 효과가 있다는 민간요법에 착안해 만들게 됐다고 한다. 토종닭에 흑미와 황귀, 당귀, 감초 등의 한약재와 엄나무 등을 넣고 삶는다. 국물이 담백하고 닭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것이 특징. 국물과 닭이 거무스름하게 변한다.

차 종류도 다양하게 준비돼 있지만 특별히 칡차와 대추차를 권한다. 칡과 대추를 직접 손질해 끓인 것이기 때문이다. 차를 주문하면 김씨가 만든 깨강정이 함께 제공된다.

술잔을 권커니 받거니 해도 좋을 법한 분위기인데 안주로는 거지탕과 닭갈비전골을 권한다. 거지탕(1만2천원)은 이름부터가 특이하다. 뭔가 하니 명절을 지내고 난 후 남은 음식을 한데 넣고 끓여 먹은 데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각종 부침개와 김치, 돼지고기를 넣고 끓여 얼큰하다.

닭갈비전골(1만5천원)은 닭갈비살을 과일 갈은 것과 고추장으로 버무려 한동안 재워 뒀다가 육수를 넣고 끓여 낸다. 사리로 녹차가루를 섞어 만든 녹차칼국수가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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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용  syl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