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부네’는 작년 말까지만 해도 돌아가신 할머니까지 10식구 4대가 함께 사는 진짜 ‘흥부네’였다.
4년전 6.25 이후 50여년 간 살아온 이곳 생가옆에 가게를 내고 손두부와 오리, 흑도야지를 주메뉴로 음식점을 시작했다. <br>
가게는 새 것이지만 음식 솜씨는 ‘관록’이 있다. ‘묵은’ 솜씨가 필요한 고추장, 된장, 김치는 노모가, 두부는 부친의 코치를 받아 주인 문용기씨(47)가, 오리 양념은 아주머니가 한다. 풍부한 일손 때문인지 대부분의 식재료를 자급자족 한다. 가게 자리 앞의 넓은 전답에서 재배하는데 쌀, 파, 마늘, 상추, 고추등은 전량, 콩과 깨는 반절 정도 거둔다. 두부는 맛을 좌우하는 콩의 절반을 인근 농가에서 지은 것들을 사들여 매일 아침 쑨다. 두부전골, 모두부가 있다. <br><br>
상호는 손두부이지만 흥부네의 주요 메뉴는 오리양념구이. 오리 고추장 구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노모가 담근 고추장과 12가지 양념을 섞어 만든 양념고추장에 한 입 크기로 토막 낸 오리와 버섯, 당근등 야채를 큼직큼직하게 잘라 넣고 버무려 재워 놓았다가 볶는다. 생후 40~45일 된 어린 오리를 사용해 살이 연하고 살집도 적절하다. <br><br>
오리요리의 맹점은 ‘냄새’. 오리가 각종 성인병 예방및 치료에 좋고, 해독작용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오리를 가까이 하고 싶지만 그 냄새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오리는 아직도 가깝고도 먼 당신. 따라서 오리 요리의 키포인트는 ‘냄새 죽이기’. 흥부네는 강원도, 경기도 일대에서 내로라하는 오리요리집을 다니며 5개월에 걸쳐 비법을 배워 양념을 완성했다. 냄새는 냄새 없애는 단골야채 외에 몇 가지 향신료를 더 첨가해 없앴다. 게다가 간장 양념에 무친 것 같이 맛까지 맵지 않고 순해 어린 아이들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br><br>
10가지 찬이 따라 나오는데 찬마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구미를 당긴다. 직접 털거나 이웃에서 턴 깨에서 짠 기름만 사용한다고 한다. 땅에서 꺼낸 동치미는 무 색깔부터가 옛날의 그 맛을 떠올리게 한다.
용수골 입구 서곡초등학교 옆에 있으며 단체 손님을 위해 차량을 운행한다. <br>
▷문의:762-7373.
<김보경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