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은 소설 ‘토지’가 쓰여진 곳”

박경리선생 ‘토지’의 배경, 경남 하동군을 다녀와서

강원여성문학인회 회원들과 함께 4월 22일과 23일 양일간 작가 박경리 선생의 고향인 통영과 소설 ‘토지’의 배경지인 경남 하동군엘 다녀왔다.

이번 여행이 공원지기로써 나름대로 특별한 의미를 담는 이유는 도내 여성문학인들에게 원주에 토지문학공원이 있는 것에 대해서, 혹은 원주에서 소설 토지가 쓰여 지고, 또 한국문단의 큰 산봉우리라고 할 수 있는 작가 박경리 선생께서 살고 계시다는  것에 대해 상세히 전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대단히 크다고 할 수 있다.

강원도 도내 각 지역에서(춘천, 강릉, 삼척, 동해, 태백, 홍천, 속초, 양양) 새벽길을 달려 원주에 도착한 강원여성문인들이 작가 박경리 선생이 태어난 통영을 향해 길을 떠나는 모습은 그렇게 감격스러울 수가 없었다.

명정동에서, 간창골 깔딱고개에서 작가 박경리 선생의 작품비를 낭송하던 어느 여류시인의 목소리는 아직도 귓전에 들리는 듯 하다. 김약국의 딸들의 배경이 되는 길목마다 통영엔 그렇게 박경리 선생의 작품비가 8군데나 서 있었다. 통영사람들은 공통적으로 그 땅에서 예술가들이 많이 배출되었음을 참으로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박경리 선생이 태어난 집이 정확히 어디인지는 해설사도 모른다고 했다. 대충 이 부근일거라고 하는 그 좁은 골목에 서서 나는 한 동안 가슴이 먹먹해져 옴을 느꼈다.
그 느낌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악양 ~ 굽이굽이 도무지 끝이 없을 것 같이 이어지던 섬진강 자락~ 그리고 너른 들녘이 훤히 내려다보이고 금시라도 어린 서희와 봉순이가 길상이랑 뛰어 나올 것 같은 하동군에 지었다는 최참판댁~.

SBS에서 대하드라마 토지를 촬영하면서 새로 지었다는 세트장은 최참판댁을 중심으로 아담한 마을을 형성하고 있었다. 다른 것 다 빼고 그저 해마다 초가지붕의 이엉을 엮는 것에만 1억2천이 들만큼 막대한 유지비용을 군에서 들이고 있었지만 소설 토지속의 배경이란 것에 대한 그들의 자부심도 역시 대단했다.

먼 길을 달려 우리 모두가 다시 도착한 곳은 바로 그 소설 토지가 쓰여진 원주 단구동에 있는 토지문학공원이었다.

작가 개인에게는 황막한 벌판에 홀로 선 듯 가장 힘들고 처참했던 시기라고 ‘꿈꾸는 자가 창조 한다’는 원주통신의 책에서 밝히고 있듯 그 고통스러웠던 작가 개인의 아픔을 딛고 소설 토지는 이 곳 원주에서 창조 되었던 것이다.
통영에서도 하동에서도 참으로 감동스러웠으나 그래도 왠지 알 수없이 뭔가 허전했던 그 무언인가를 나는 비로소 원주 토지문학공원 박경리 선생의 옛집 뜨락에 서서  채울 수 있었다.

먼 길을 다녀오는 동안 문인들은 작가 박경리 선생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같은 여성으로써 자랑스러워하며 그의 작품을 다시 한 번 한국 근대 문학 100년사에 최고봉임을 인정하며 감동스러워 했다. 그리고 그 감동을 각자 한 편씩 모두 작품으로 남기기로 약속을 하고는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또 반가운 소식은 오는 6월엔 한국문인협회 강원도지회에서 토지 속 배경지인 용정, 간도지방 문학기행을 준비 하고 있는 점이다.

이제 토지문학공원이 문인들의 사랑방이 되고 작가 박경리 선생과 소설 토지 그리고 토지문학공원이 강원 지역 문인들의 관심을 받게 되어 더더욱 반갑다.

위대한 예술가 한 사람이 그 지역에 혹은 그 나라에 미치는 영향을 우리는 알고 있다. 따라서 작가 박경리 문학에 대해서 올바로 인식하고 그 계승을 도모하는 것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중요한 과제인지 모른다.
혹자는 공원지기에게 그렇게 말하는 이도 있었다.

“대체 박경리 선생이 원주에 해 준 게 뭐요?”
그러면 나는 이렇게 답변한다.

“박경리 선생께서 한국문단의 기념비적인 작품인 소설 <토지>를 부산도 아니고, 광주도 아니고 인천도 통영도 하동도 아니고 바로 원주 이곳에서 쓰시고 완성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우리와 가깝게 바로 우리 지역에서 함께 숨쉬고 함께 살고 있는 것입니다.”

봄볕이 가득한 토지문학공원에 우리 지역의 어린이집과 유치원 어린이들의 나들이가 매일 같이 이어지고 있다.
즐거운 일이다. “너 아니? 나의 고향은 소설 ‘토지’가 쓰여진 곳이야!” 라고 자랑스럽게 말을 하는 원주를 만들어 갈 주인들이다. 우리 문단의 기념비적인 작품을 쓸 저 어린이들의 마음속에 맨 처음 문학의 씨를 뿌릴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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