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내겐 행복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이 글을 소개하기 전 저희보다 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열심히 생활하시는 다른 분들께 저희가 기회를 빼앗는 것 같아서 죄송하고 송구한 마음을 먼저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이런 자리를 빌어 저희를 소개한다는 것이 선뜻 내키지는 않았습니다. 뚜렷이 내세울 것도 보여드릴 것도 없는 그저 평범한 한 가정의 모습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사는 삶 속에서 많은 도움을 받으며 오늘날까지 이르러, 이런 좋은 자리에 서게 됨을 감사하는 장으로 삼아, 그 동안에 음으로 양으로 응원해 주신 사회복지사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애정과 관심을 끊임없이 보여주신 마음을 받아 앞으로도 열심히 예쁘게 살아가겠습니다.
인생의 여정 속에서 예기치 않은 일로 인해 삶에 전환점을 맞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은 풍요로움 속에서 조금은 모자란 듯, 또 약간은 넘치는 듯한 행복을 안고,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주어진 모든 여건에 저희는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욕심이란 것이 한도 끝도 없는 것이어서 100%만족이란 틀을 다 채울 수는 없는 것. 과한 것은 버리고, 부족한 것은 또 다른 것으로 채워 가며, 행복과 사랑이란 것을 만들어 가는 노력을 하면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저희 부부가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사랑하는 부모님과 형제 그리고 많은 친구들과 술 한 잔 곁들일 수 있는 이런 복된 삶이 한때는 꿈이었고, 희망이었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6년 전. 참 오래도 되었네요.
홍천~원주 구간에서 남편이 운전하던 차가 전복되면서 남편은 척수장애 1급을 판정받은 장애자로 남게 되었고, 출산 예정일을 하루 앞둔 만삭의 몸이었던 저는 구사일생으로 아들 녀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부모님께나 여러 형제들한테 누가 되는 그런 부담스런 존재로 남는 것은 아닐까? 차라리…라는 또 다른 생각으로 자책과 고민도 많이 했었습니다. 죄스럽고 미안한 마음에서 말입니다.
몇 년을 주위 분들의 경제적 도움을 받으면서 생활해 갔지만,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서로가 못할 짓이었습니다. 아픔을 겪고 있는 환자나 보호자나 1년, 3년, 5년을 넘기면서는 누구랄 것 없이 지쳐가기 시작했습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 실감이 났습니다.
누구 때문이 아닌 저희 스스로가 외면당하는 것 같은 서글픔에 괴로웠던 그 때가 있었습니다.
매 해면 겪게 되는 슬픔은 지금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추억입니다. 1년에 두어번 씩 명절 때가 되면 19평 남짓한, 앞뒤가 꽉 막혀버린 비좁은 공간에 남편만 남겨 놓은 채 문을 걸어 잠그고 등 돌려 먼 길을 떠나면서 참으로 많이도 울었습니다. 철커덕 문 잠기는 소리, 남편의 속울음! 발걸음이 무겁기만 했습니다. 정신적으로 무너져 버리는 나약함을 보이게도 되더군요.
슬프고 또 마음이 아프고, 앞을 기약할 수 없는 불투명한 미래가 막막함을 맛보게 했습니다.
장애자란 굴레에 곱지 않은 시선을 받으며, 조금은 홀대하는 것 같은 몇몇 사람들에게 상처와 충격을 받는 쓰라린 경험도 했었습니다.
그런 중에도 참으로 감사할 일이 있었으니, 그 또한 저희들 복이었지요.
그 시기에 명륜동사무소에 근무하시는 사회복지사 선생님과의 상담을 통해 홀로 서기를 위한 밑 걸음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모자가정 제도와 미용기술을 배워보라는 권유를 받고 전혀 뜻밖의 제안이라 며칠을 고민도 했지만, 생각해보니 다른 직장 생활보다는 좀 더 자유로울 수 있겠다 싶어 반신반의 한 생각으로 그 분의 뜻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남편의 고된 재활훈련을 병행하며 틈틈이 학원에서 기술을 익히고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었지만, 막상 저희 여건에 맞는 미용실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오전10시 출근하고 점심에는 집에 다녀와야 하고 5시에 퇴근을 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무리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남편이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던 때라 염치없는 부탁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염치없는 부탁과 계속되는 거절. 저라도 그리했을 겁니다. 자격증을 취득하기는 했지만 길은 멀기만 했습니다. 어찌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중에 특강을 받고 일선에 뛰어들어 직접 경영을 하는 것이 빠르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부담감을 안고 그 길을 택했습니다. 생업자금을 융자받고 미용사를 두고, 원장이란 이름만 걸고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기를 8개월쯤 했을까 주변에 새로운 미용실들이 생기면서 손님이 나뉘고 매출은 줄고, 미용사 월급 주기도 빠듯했습니다. 첩첩산중이라고 한숨만 나고 걱정이 되더군요. 혼자 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자존심을 버리고, 미용사에게 사정이야기를 하고, 기술을 가르쳐 달라는 부탁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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