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영 문

전 원주MBC 보도국장

7월 26일(金) 오전 원주가톨릭센터 메인홀. 100여명이 참석한 원주바른선거시민모임 주최 ‘민주주의 발전과 바른 선거문화의 정착’이란 논제의 세미나.


주제 발표자 정세욱(鄭世煜:한국지방자치학회고문) 명지대 교수의 말은 쉽고도 명쾌했다. 이미 상당부분 알려진 내용이지만 일부를 소개한다.


정교수는 우리나라는 첫째 중앙당(여야)의 ‘못된 짓’과, 둘째 주로 전현직 여야 국회의원이 장악하고 있는 지구당의 잘못된 운영 행태로 인하여 정치가 발전하지 못하고 국민들로부터 불신과 외면을 당하고 있으며 국가발전을 심히 저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교수는 중앙당은 평소 용돈 잘 주는 사람, 거액의 공천 헌금자에게 공천장(국회의원)을 준다, 실제 소신이 있거나 유능한 사람보다는 돈 잘주고 말 잘듣는 사람을 좋아한다, 똑똑하고 지역 유권자의 지지를 받거나 받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 그리고 자기 주장이 분명한 사람을 내심 좋아하지 않는다며 이런 것들을 ‘중앙당의 못된 짓’이라고 지적했다.


아주 오래된 악습으로 지금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이같은 중앙당의 ‘못된 짓’은 지방자치제 이후 지구당에도 대부분 그대로 답습되어 지구당 위원장(대부분 전현직 국회의원)에게 돈 잘 주고 무조건 충성하는 사람이 역시 빛을 본다는 것이다. 6.13 지방선거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상당수 공천을 받아 당선됐거나 혜택을 보았다고 한다.


극단적인 사례로 현역 국회의원이 지구당위원장으로 있는 경상북도 어느 시장후보의 정당공천 경선 때 주민의 실제 지지도가 높은 사람대신 자기 사람 공천을 목적으로 대의원들을 모두 위원장 친인척과 친지들만으로 구성하여 공천했으나 실제 선거에서 낙선한 사례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방선거 후보자의 상향식 공천 제도가 도입은 됐지만 실제로 진정한 젊은 피가 수혈될 수 없고 젊은 사람이 당선됐다 해도 나이만 어려졌을 뿐 정치풍토는 개선되기 어렵다. 소신 없이 말 잘 듣는 젊은이는 올바른 대변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정교수는 8.8 국회의원 재보선 공천 과정에서도 여야 중앙당의 그러한 ‘못된 짓’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했다. 정교수 말처럼 지난 지방선거 때 우리고장 원주에서 그런 ‘못된 짓’들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문제는 앞으로 그런 일이 없으란 법도 없다.


때문에 정당의 지구당을 늘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특히 앞으로 정치에 뜻을 둔 사람이라면 그러한 중앙당의 ‘못된 짓’을 꼭 빼닮은 지구당의 ‘못된 짓’을 잘 살펴봐야 한다.


중앙당은 몰라도 가까운 지구당은 얼마든지 살펴볼 수 있다.
특히 기존의 기득권 정치세력은 능력 있는 신인의 등장을 음으로 양으로 방해한다. 이는 지구당도 마찬가지다. 장래 경쟁자가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많은 젊은이들이 그러한 ‘못된 짓’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일부 기득권 정치세력의 하수인 노릇이나 하다가 좌절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방선거를 통하여 새롭게 성장하는 젊은 일꾼들이 아마도 국회의원(지구당 위원장)의 견제를 받는 경우가 나타날 것이다. 아니 벌써 지난번 선거에서 있었다고 본다.


정교수는 “지방자치는 의식을 바꾸지 않는 국회의원 때문에 망한다”고 말하고 요즘 정치인들을 국가의 주인인 “유권자를 밑천으로 한몫 보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나라의 주인이 머슴(정치인)에게 홀려 허덕이고 있다는 말이다. 월드컵 이후 정치권의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으나 실천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그 실천은 지구당의 ‘못된 짓’을 잘 살피는 일에서 시작할 수 있다.



위 글은 필자가 7월 26일 투고한 글이나 본사 이메일 접수과정에서 누락돼 뒤늦게 게재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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