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원고 청탁을 받아 글을 쓸 경우가 있다. 이때 나는 늘 청탁자의 의도와 다르게 글을 써 놓고는, 청탁자와 논지를 가지고 다툰다. 급기야 원고마감이 되어 청탁자는 나의 글을 버리고, 그가 직접 글을 쓰는 경우가 생긴다. 며칠 전 학교신문의 사설을 써 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다 써서 보낸 원고를 가지고 편집자와 몇 번을 고치다가 나중에는 알아서하라고 마지막 원고를 전자메일로 보내고는 아예 사무실을 비워버렸다. 신문이 나온 월요일 아침에 사설을 보니, 이번에도 나의 글이 아닌 다른 글이 실려있었다. 급조된 글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이해할 수 있겠으나, 그 사설의 내용이 너무나 상식적이어서, 왜 그런 글을 써야하는 것인지? 그 내용이 가지고 있는 평이함의 폭력성이 진절머리가 난다.


심술정도가 아니라 너무나 화가 난다는 표현에 furious가 있다: I’ve never been so furious in all my life.(내가 살아가면서 그렇게 화가 난 적이 없었다.) She’d be furious with me if she knew I was reading her diary.(내가 그녀의 일기장을 읽고 있는 것을 그녀가 알았다면, 그녀는 나에게 매우 화를 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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