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부모님을 생각하며

아! 어머니, 오늘 저는 길을 가다 당신의 삭정이 같은 모습을 보았습니다.
해질녁 복잡한 시장길 모퉁이를 돌아가고 있었다.
누군가 부르는 것 같아 돌아보니 날리고 만지면 부서질 것 같은 파파노인이 달래 한무더기 여린파 몇단을 놓고 새우처럼 바싹 구부리고 길바닥에 주저 앉아 손짓을 한다.


다가가니 할머니는 “이거 파는 집에서 내가 직접 기른 것이고 달래는 텃밭에 나가 캐온거야 젊은이 나 이거 조금만 팔아줘 응?”
“해는 지고 집이 간현인데 빨리 가야 하는데 아무도 쳐다 보지도 않아 싸게 줄께 조금만 팔아줘” 라고 애원하듯 매달리는 할머니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할머니 올해 연세가 얼마나 되셨어요? 또 자제분들은 없나요?” 나는 넌지시 말을 건네 물어본다.


“왜? 자식이 없어. 많지. 자그만치 아들셋에 딸둘 5남매야.
다들 도외지로 나가 먹고 살기 바쁘다 보니 연락도 뜸하고 자식들 얼굴 본지가 꽤 오래됐어. 잘들 살고 있는지…”
“할아범이 올해 아흔 살이고 내가 여든 일곱살인데 할아범이 아파.” 자식들 걱정될까 연락도 못하고 나물을 뜯어다 팔아 할아범 약값에 보탠다고 한다.
나는 할머니의 말을 듣다 문득 작년 여름 집에 오셨다 큰 집으로 가신 어머니(올해 90살이 되신다) 모습이 떠올랐다. 먹고 살기 바쁘다 보니 나도 아내도 늙으신 부모님을 잘 보살펴 드리지 못한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가슴이 찡해 온다.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살기 힘들고 바쁘다는 핑계로 늙으신 부모님들을 소홀이 대하고 있는 것이다.
효는 백행의 근원이란 말이 있다.


사람이 살아가며 사람답게 살아간다는 것은 부모에 대한 은혜를 알고 하루 하루의 삶과 일상에서의 자신의 모든 언행이 효로부터 시작된다는 말인 것 같다.
우리모두는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아니’늘 부모님에 대한 공경과 효를 잠시라도 잊지 말고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우리 역시 눈깜짝 할 사이 늙어가고 있다는 것을 마음속 깊이 새기며….


5천원을 주고 달래와 파를 다 준 나를 보고 몇번이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버스 정거장으로 뒤뚱뒤뚱 발걸음하는 할머니의 뒷모습이 나의 어머니 모습이다. 마음속으로 “어머니”하고 소리쳐 본다.
황동남(원주우체국앞 오뎅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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