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에서 시작한 한살림 운동은 참으로 많은 변화를 우리 사회에 던져 주었습니다. 약육강식의 경쟁논리와 무차별적인 근대화의 구호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생활 속의 첫 신호였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죽임의 경쟁사회에서 살림의 공생을 보여준 생명의 재활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방의 운동이 중앙의 주요 사업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의미 있는 역사를 실현한 것이기도 합니다.
원주에 깃든 생명의 정신은 또 하나의 생협운동을 구현하였습니다. 도농공동체를 실현하자는 뜻으로 원주생협이 호저에서 생긴 것입니다. 원주에서만 생협이 원주한살림과 원주생협으로 두 개가 된 셈입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마치 경쟁하는 관계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우리 원주에 있는 두 생협의 실천강령과 설립정신이 아주 똑같은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왕 같을 바에야 누구에서라 할 것 없이 두 개의 생협이 합쳐지면 좋겠다는 말이 자연스레 오고 갔습니다. 합치면 유통비용을 서로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경제학적인 물류비용의 문제는 사소한 이유일 뿐입니다.
사실 두 생협 모두 우리 시대 생명사상의 큰 스승인 무위당 선생의 뜻을 이어 받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둘 사이에서 정신의 일체를 몸체의 합일로 만들어 내야 한다는 요청이 바로 근원적인 이유입니다. 뭐든지 두 개가 합치는 일에는 명분과 내용의 합일점을 찾아가는 상당한 고민과 갈등이 따릅니다.
그것을 해결하는 지름길은 서로의 양보뿐입니다. 양보를 한다면서 양보의 크기를 서로 따지는 일은 진짜 양보가 아닐 것입니다.
양보는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우러날 터이고 그런 배려의 마음이 있다면 명분을 비워도 내용을 간직하면서 만족할 것이고, 내용마저 비워내도 정신이 살아 있는 것에 만족할 것입니다. 무위당 선생이 남기신 배려의 마음을 풀어놓으면 이런 말이 됩니다.
‘서로를 모시고, 자신을 비우며, 이름을 버리는 일과 함께 더 많이 가진 이가 먼저 양보함으로써 곧 어우러 같이 사는 살림이 이뤄 질 것입니다’ 한살림 운동이 원주에서 시작되었다는 일은 단순히 지역적인 자부심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이는 생명의 기차를 우리 땅에 놓기 시작한 거대한 역사의 궤도였습니다. 이제는 생명의 바퀴를 세우지 않고 계속 굴러가게 했다는 작은 역사를 우리가 다시 일궈 내야 할 것입니다. 두 생협의 통합이 바로 그런 역사를 만들어 가는 작은 바퀴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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