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말환 법사
요즘 치악산 자락 원주에는 치악제로 인하여 시민이 약간 들떠있는 분위기다. 오곡백과(五穀百果)가 풍년을 알리고 단풍이 곱게 물들고 하늘이 푸르고 기온은 우리가 활동하기 가장 좋은 계절에 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을은 우리들이 바라고 기다리는 그런 때인지도 모른다.

국가 경제가 어렵고 개인의 생활이 힘들다고 하여도 이 계절만은 우리에게 넉넉함을 가져다 준다.
이러한 좋은 때에 대학수학능력 시험은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 곁에 다가와 넉넉함속의 우리를 긴장으로 채찍질 한다. 시험을 대비하는 수험생이나 부모님들은 연초부터 지금까지 일년 내내 긴장 속에서 시험 일을 맞이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 수험생보다 부모들이 더 걱정이 많을지 모른다.

물론 이러한 걱정과 불안은 입시제도의 잘못도 있지만 아이들에게 부모들이 거는 기대가 너무 커서, 자립심과 독립심을 일찍부터 키우지 못한 데서부터 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야생 조류들을 가만히 지켜보면 어린 새끼를 키우는 엄마 새들은 새끼가 어릴때는 자기 몸은 돌보지 않고 외부의 침입과 새끼의 먹이를 위해 헌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가도 새끼가 어느 정도 자라서 독립할 수 있을 시기가 되면 먹이는 고사하고 둥우리 밖으로 쫓아내어 버린다. 어린새끼는 처음엔 황당하여 서운함과 두려움으로 둥지 주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배회하다가 무엇인가 깨달음이 있는지 훨훨 둥지를 벗어나 자립된 생활을 시작한다.


우리 인간의 삶도 그와 같아서, 언제까지나 부모가 자식을 걱정하고 염려하며 보살필 수는 없는 일이다. 어릴 때부터 자신의 일은 자신이 알아서 할 수 있도록 정신상태를 바르게 하고, 일하는 방법,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쳐서 스스로 자신의 능력에 맞는 일을 찾아가도록 대화를 통하여, 체험을 통해서 깨달아 가도록 해야한다.

우리 인간들은 대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면서 살아가기 때문에 아는 것은 참으로 많다. 그러나 아는 것이 ‘실재의 삶’은 아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한마다 충고하면 ‘또 잔소리하는구나’, ‘나를 간섭하는구나’하면서 다 아는 이야기를 또 한다고 화를 낼지도 모른다.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다.


그들은 스스로 알아서 생활해 준다면 누가 간섭을 하겠는가? 행동으로 실천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모들이나 외부로부터 간섭과 통제, 억압을 받게 되고, 신뢰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할 일을 스스로 알아서 한다면, 똑같은 일을 하고서도 보람이며, 즐거움 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외부의 통제 없이 아는 바를 스스로 알아서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은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러한 사실을 깨달아 실천하기는 옛날부터 매우 어려운 일중의 일로 생각되어 왔다. 그래서 부처님의 가르침은 법구경(法句經)에서도 “천만 적을 싸워 이기기보다 자신을 싸워 이기기가 더 어렵다”고 하고 있다.

금년의 수능시험도 이제 몇 일 남지 않았다. 수험생들은 차분히 지난 시간에 보고 듣고 배운 과제를 돌이켜 보면서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수험생들이 편안하게 시험에 응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할 때이다.

늘 희망을 가지고 보다 넓고 큰 미래를 보면서 나만이 특별히 어려운 위치에 있다는 주관적 생각을 버림이 어떨까?

지금 이 시간 시험에 응하는 많은 이들이 똑같은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사실로서 스스로를 위로하라. 호흡을 크게 하고 웃어보자. 잠시나마 낙엽 속을 거닐면서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자.

내일 또다시 동쪽에 아름다운 태양은 솟아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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