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다하는데 안할 수도 없고”


방학을 맞아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행학습이 성행하고 있어 공교육 부실을 초래하고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원주시내 모학원의 경우 겨울방학이 시작된 지난해 12월부터 상급학교 진학생을 대상으로 선행학습을 실시하고 있다. 중학교 3학년생의 경우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의 국·영·수·과학 4과목을 개설해 하루에 4시간씩 주4회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단과학원의 경우도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상급학교 1학년 학습과정을 개설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선행학습은 고가의 개인과외교습소에서도 실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사교육비 가중 요인이 되고 있다. 이와같이 선행학습이 성행하고 있는 이유는 대부분의 학부모가 자녀가 상급학교에 진학했을 때 다른 학생들에 비해 학업성취도가 떨어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러한 선행학습은 학습할 내용을 미리 예습한다는 차원에서 본다면 당연히 받아드릴 수 있는 현상이지만 사교육비 부담가중과 공교육 부실이라는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모중학교 교사는 “미리 교육과정을 배우고 온 학생은 당연히 학교 수업에 관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는 학생들이 또다시 사교육으로 발길을 옮기게 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사는 “진학에 있어 점수비중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그 이상의 가치 설정이 어렵다보니 선행학습은 자연스럽게 증가 할 수밖에 없다”며 근본적으로 입시제도가 변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학원에 보내면 경제적 부담이 크긴 하지만 남들과 비교해 떨어지지 않으려면 공부를 시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교육관계자는 “선행학습이 예습차원을 넘어 과열되거나 발달과정을 무시해 버리면 공교육은 기반자체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원주교육청 관계자는 “입시제도가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선행학습이 성행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밖에 없다”며 “공교육 부실을 막는다는 차원에서라도 제도개선이 요구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선기 기자>  sk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