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 영기(원주고 교사)
어느 새해 아침보다도 정말 설레이는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했다고 생각했는데, 북한 핵 위기로 또 다시 마음을 조아리게 되었다.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원주투데이 독자와의 만남, 집필순서의 갑작스런 변경으로 원고마감 전날 밤에 급히 받은 원고청탁… 펜으로 밥을 먹고 사는 전문가도 아닌데, 아 어쩌란 말이냐?


그렇다고 마냥 영양가 없는 넋두리만 할 수도 없고… 하지만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이사야 41장 10절)라는 말씀에 의지하여 원주투데이 독자들께 인사드린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인간의 삶은 본능적인 삶을 추구하는 다른 동물과는 달라야 한다.

우리가 껍질을 남기는 호랑이를 부러워하거나 존경하지 않는 것은, 껍질 보다 더 가치있는 삶을 추구한다는 긍지가 있기 때문이다. 어미 사자가 새끼 사자를 훈련시키는 것과 인간의 교육은 추구하는 가치의 차원이 다르다. 인간의 교육은 먹고 사는 것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는 노동(일)을 통하여 발전해 왔다. 정신 노동이든 육체 노동이든 그 나름대로 인류 역사 발전의 원동력으로써 신성하다는 인식으로 공부해야 한다. 놀고 먹는 졸부를 부러워 할 것이 아니다. 따라서 공부는 가치있는 삶이 무엇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지혜와 의로움을 기르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서 겨레와 국가를 위해 참다운 봉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 과정 속에서 보람과 개인적 자아실현을 찾았을 때 긍지를 가질 수 있는 삶이 되는 것이다.


삶의 참다운 가치관을 정립하지 못하고 남보다 좋은 옷, 좋은 집, 좋은 차 … 등등 물질적, 형이하학적인 가치추구는 짐승들이 사냥기술을 연마하는 것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가치 있는 일을 하려면 뜻만 가지고는 안된다. 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것이 공부의 목적이어야 한다.
‘나’ 만을 위한 공부는 부정부패의 시작이었음이 동서고금의 역사적 교훈이다.

이순신 장군의 칼과 깡패의 칼은 다르다. ‘나’ 만을 위한 공부는 깡패의 칼과 같이 반드시 남을 해치게 된다. ‘우리’를 위한 공부, ‘배워서 남 주는 공부’를 해야한다.


머리를 노랗게 빨갛게 물들이고, 청바지를 찢어서 입고, 랩송에 미친 듯이 발광하는 것을 비판하는 논리를 헤아려라. 그런 지랄리즘 문화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있는 문화가 아니다. 그것은 서양의 저급한 하층 문화일 뿐이다. 그

런 지랄리즘의 노예가 되는 것은 우리 겨레를 거란·여진·만주족과 같이 역사속에서 사라진 민족의 전철을 닮아가는 신사대주의다. 오늘의 신식민주의는 과거 제국주의처럼 타국을 무력으로 점령하는 것이 아니라 저급문화와 경제로 그 민족의 정신 문화를 황폐화 시키는 것이다.


온 세상을 삼킬 듯한 기세로 내달리는 여름철 장마! 그 거대한 황토물에 한 바가지 샘물을 퍼 붓는다면 남들이 ‘바보’라고 손가락질을 하겠지. 샘물 한 바가지로 그 넓은 강물이 언제 맑아지겠는가.

히려 무심한 강물에 휩쓸려 죽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무모한 일이라도 누군가 목숨걸고 이 산하, 이 강토에 희망의 샘물을 길어 붓는 몸부림이 있어야 우리의 사랑 한반도가 조금은 덜 외로울 것이다. 겨레를 지키는 것이 어찌 국경선을 지키는 군인뿐이겠는가.



필자소개: 함영기 교사는 올해 43세로 85년 상지대 국어교육과를 졸업, 88년 교직생활을 시작했다. 전교조 활동으로 91년에 해직됐다. 99년에 복직해 원주농고를 거쳐 지난해부터 원주고등학교에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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