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용 우
(원주생협 상무이사)
인구 27만의 작은 도시에서 일주일에 두 차례 정기적인 신문이 발행된다는 사실은 내적으로는 자긍심과 외적으로는 부러움을 불러 일으킨다.
지역 주민들 입장에서는 지방자치시대에 비중이 커진 지역사회에서 이루어지는 대소사들이 자못 궁금한데 그 궁금증을 풀어낼 수 있어서 좋다.
이런 연유로 영서신문이 발행되는 월요일과 목요일에는 출근하자마자 우편물중에 영서신문이 왔는지를 확인하고 다른 일간지보다도 우선 영서신문을 펼쳐드는 것이 습관이 돼 왔다.
영서신문을 통해 나는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구체성을 깨닫는다. 영서신문은 일반신문에 비해 부피도 작고 발행횟수도 작지만 지역사회의 구체적인 소식을 전달해주기 때문에 일상생활속에 꼭 필요한 신문이다.
그런데 늘상 영서신문을 반갑게 읽고 나서 드는 느낌은 무언가 허전하고 아쉬운 느낌이 든다. 왜 그럴까?
어느날 서울에 볼일이 있어 고속버스를 탔는데 동행한 사람이 영서신문을 펴들고 보더니 의자 앞 쓰레기 넣는 그물망에 꽂아놓고 그냥 내리는 것을 보았다.
내가 왜 신문을 놓고 내리냐고 했더니 그 친구는 내게 “영서신문은 가지고 다니면서 읽을 게 없어! 한 번 훑어보면 돼” 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도 영서신문을 즐겨 보기는 하지만 아침에 훑어 보고는 다시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영서신문의 문제는 거기에 있는 것 같다. 지역사회의 구체적인 대소사를 알려주는 소식지로서의 기능은 하지만 두고두고 음미하고 꼼꼼하게 읽을거리가 없는 것이다.
속된말로 표현하면 신문이 지나치게 가벼운 것이다. 신문의 기능은 소식의 전달뿐만 아니라 사건에 대한 비판과 비평, 관심사에 대한 심층적인 기획취재, 문화소식및 비평이 필요한데 영서신문은 이 부분이 빈곤하다.
정치에 대해서는 거의 사실보도밖에 하지 않는다. 영서신문은 정치적 관점이 없는 것인가? 아! 이것은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다. 영서신문은 지역의 구체적 사건이나 행사에 접근하는데는 유용하지만 문제를 어떤 관점에서 보아야 할지, 그것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지가 잘 나타나지 않았다.
영서신문이 ‘원주투데이’로 바뀐다. 이 바뀜은 단순한 제호의 변경이 아니라 그동안 영서신문이 가졌던 가벼움에서 벗어나 비평과 비판의 칼날이 날카로워지는 기회가 되었으면 싶다.
원주시민은 소식지가 아니라 신문을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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