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적 뒷받침 불구 권리찾기 소극적


21세기 여성의 시대를 맞아 여성근로자들의 권익 증진을 위한 법 개정과 권리찾기 운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 지방 여성들에게 이러한 변화는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사업주가 편법이나 위법으로 불이익을 줘도 학연, 지연등의 이유로 그냥 간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


지난해 11월부터 모성보호법 시행으로 산전후 휴가가 60일에서 90일로 늘어났지만 대부분의 사업체가 종전대로 1개월~2개월만 휴가를 주고 있다. 그나마 휴가를 주는 업체는 나은 편이다.
결혼을 앞두거나 임신을 했을 경우 노골적으로 정신적, 물적 불이익으로 퇴사를 강요하는 곳도 있으며 채용당시 결혼을 할 경우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우는 곳도 있다.


A업체에서 3년간 경리로 일하고 있는 김모씨(26)는 내달 출산을 앞두고 사퇴를 결심했다.
회사에서 출산휴가를 1개월로 한정지었을 뿐만 아니라 아이로 인한 어떤 결근이나 조퇴도 인정할 수 없다고 못 박았기 때문. 명백한 위법이라는 것을 알지만 지역사회다 보니 남편이나 부모등이 걸려 차마 고소를 못하고 사표를 썼다.


사업주와 여성근로자가 합의하거나 출산후 여성근로자가 자발적으로 출근했어도 90일을 안 채웠으면 사업주는 처벌 대상이지만 대부분 1개월이나 2개월 쉬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원주지역의 경우 제조업체가 많다보니 생산직이나 경리등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의 사업주들이 업무공백으로 인한 효율성 저하로 기혼 여성 채용을 회피하고 있다.


원주고용안정센터에 따르면 25~29세 여성 구인 현황은 5월말 현재 198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명 정도 많았다. 구인업체 대부분은 제조업체등의 사무직원으로 장기간 채용하기 보다는 결혼하기 전까지를 염두한 채용이 많다. B업체 대표는 “사무직원의 경우 기혼 여성보다는 미혼이 효율적”이라면서 “하지만 출산휴가등의 문제가 생길 경우 당장 전반적인 업무가 마비되거나 3개월간 일할 아르바이트생을 뽑는 것도 힘들기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퇴시킬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성희롱 관련 처벌도 강화됐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성희롱을 당해도 법적 대응으로 나서는 경우는 없다. 성희롱의 경우 특히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는데 대해 많은 여성들이 수치심을 느끼는데다 가족들이나 주변사람들의 난처한 입장을 우려한 나머지 속앓이만 한다.


원주여성민우회 관계자는 “자신이 노출될 경우 차후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걱정때문에 대부분의 여성들이 문제되는 것을 두려워 한다”고 설명했다.

직장내 성희롱예방 교육이 의무화 됐지만 있으나마나한 법이 된지 오래다.


지역사회라는 한계때문에 여성들이 권리찾기를 적극 나서지 못한다면 이를 위한 감시체제나 지도단속을 강화해야 하지만 이또한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서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