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봉 지역문화네트 워크 상임대표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원주에 ‘젊은문화집단 모듬’이라는 문화동아리가 있었다.
그들은 카페에서 유료 연극을 하고, 실험 단편 영화를 촬영하여 상영하고, 빈 공간을 장기 임대하여 1주일간 원주에서 최초의 장기 연극 공연을 하였다.
그때의 주역들은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사람부터 20대 초·중반의 젊은이들이었다. 20년이 지난 지금에 그들은 원주와 다른 지역에서 대학교수, 방송국PD, 문화단체 지도자 등이 되어서 여전히 문화와 관련된 일들을 하고 있다. 그들이 활동한 시간은 1년 내외 밖에 되지 않지만, 원주문화에 충격을 주었었다.
지금도 원주에는 수 많은 문화동아리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취미 활동 정도로 밖에 인식되어지지 않고 있다. 그들이 향후 지역의 주요한 문화자원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하고 있다.
최근 문화관광부는 이들을 주목하고 있으며 향후 지원 사업을 하기 위한 정책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문예진흥기금이다. 강원도는 지난 2월 2일 강원문화재단을 통해서 사업 심의를 하고 선정 단체들을 발표하였다. 올해 626개 사업에 15억4천만 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 문예진흥기금 선정 대상에는 아마추어 문화 활동 동아리는 제외되어 있다. 경기도는 2005년도부터 문화동아리들에 대한 지원 사업을 시작하였다. 문화정책이 그동안의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문화예술인이나 단체들의 지원 중심 정책에서 문화동아리나 아마추어 활동들에 대해서도 지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문화향수권 사업이라는 것을 보면 대체적으로 강습, 체험, 답사 등이 주류를 이루어 왔었다. 그러나 최근 문화권이 하나의 기본권으로 인식되어지면서 문화향수권 못지 않게 문화창조권이 대두되고 있다. 보고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접 해 보는 것만 못하다.
특히 문화는 가치재면서 경험재적인 재화 속성을 갖고 있다. 문화예술 그 자체가 가치있는 행위이지만, 경험해봐야 그 가치를 알 수 있다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뒤늦게나마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문화동아리 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문화사회로 가는 바른 길이다. 이제 문화가 가지고 있는 특성 중 상상력, 창의성, 감수성 등은 고부가 가치를 낳는 경제 활동에 주요한 토대가 되고 있다. 그래서 21세기를 ‘문화의 세기’, 또는 ‘문화의 시대’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 있다.
원주는 기업도시, 혁신도시 유치를 통해서 새로운 발전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이는 기회이면서 동시에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자못 난개발로 환경이 파괴되고 도시 환경이 비인간적인 형태로 조성된다면, 인간의 감성이 망가진다.
그런 인간들이 사는 도시는 치열한 생존 경쟁을 위한 전투의 장으로 될 것이다. 그래서 기업도시, 혁신도시, 건강도시 등에는 반드시 문화적 디자인이 필요하다. 즉 문화도시로 지역을 새롭게 창조해 간다는 대원칙이 있어야 한다.
문화도시는 지역의 비전이 되어야 하며, 지역 발전의 전략으로서 기업도시, 혁신도시가 추진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럴 때 비로소 건강한 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문화도시는 모든 시민이 문화 활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문화 활동에 참여할 때 만들어지는 것이다.
15억 원을 들여서 하는 원주따뚜 음악축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또 다른 15억 원을 들여서 원주시민들이 ‘1인 1악기’를 다룰 수 있도록 하는 문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문화정책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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