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홍규원주제일신협이사장

정월 초하루 아침 손자녀석이 세배를 한다. 세뱃돈으로 5천원권 새지폐를 한장 건네주면서, “영부야 올해는 더욱 건강하고 공부 열심히 해라. 그리고 착한 일 많이 해서 우리 가정에는 물론 사회와 국가에서도 꼭 필요한 사람이 돼야한다”고 덕담하고 손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할아버지, 올해는 무슨 해예요?” 하고 손주가 물었다. “응. 올해는 병술년이란다.” “무슨 띠인가요?” 개띠라고 알려주자 “할아버지 저도 개띠인데요, 무슨 기준으로 개띠, 소띠 등으로 정합니까?” 라고 되묻는다. “음 그것은 10간12지로 해마다 ‘간’과 ‘지’의 합성어에서 이루어 지는데 즉 ‘간’(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과 ‘지’(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로 계산한단다. 올해는 간의 세번째 병과 지의 열한번째 술이 합성되어 병술년이 된 것이다.”
손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할아버지 그렇다면 내년은 정해년이 되겠네요? 그런데요, 띠는 어떻게 정해지는지도 궁금해요.” “띠는 ‘지’의 子(자)=쥐,丑(축)=소,寅(인)=호랑이,卯(묘)=토끼,辰(진)=용,巳(사)=뱀,午(오)=말,未(미)=양,申(신)=원숭이,留(유)=닭,戌(술)=개,亥(해)=돼지를 뜻한다. 올해는 ‘지’의 열한번째 술 즉 개의 해다.”라고 설명해 주었다.
개는 우리가 기르는 가축 중에서 가장 친근한 짐승으로 수천 년 전부터 사육되어 왔다. 이렇게 개가 우리 인간과 친숙해진 것은 주인에 대한 특유의 충직함과 의리 때문이다.
우리 지역 장양초등학교에 재직할 당시 이웃 산비탈에 버려 두었던 충견비를 학교 교정에 옮겨 놓고, 학생들에게 충효교육을 강조한 바, 지대한 성과를 거두어 학부모로부터 좋은 평을 받았다. 그 어느날 주인은 원주 장에 왔다 술에 만취돼 집으로 돌아가던 중 의식을 잃고 잔디 밭에 누워 깊은 잠에 빠졌다. 이때 주변에서 일어난 불이 활활 타올랐고, 인근에 바람까지 불어 삽시간에 불이 번졌다. 같이 있던 개는 다급하여 자기 몸에 물을 흠뻑 적셔 주인이 자고 있는 주변에 물을 묻히는 일을 반복해 주인이 화를 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얼마만큼 시간이 지나 취했던 주인이 정신을 차려 일어나 보니 주위는 까맣게 타 있었고, 개는 죽어 있었다. 이를 애석히 여긴 주인은 그곳에 의견총(개무덤)을 만들고, 충견비를 세웠다.
이를 발견하여 장양초등학교 교정에 옮겨 놓은 것이 지금도 어느 한 곳에 있을 것이다.
개는 충직성과 함께 영악하기도 하고 지혜로운 짐승이기도 하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 개꼬리 3년 두어도 황모 안된다. 개××, 개떡, 개살구, 개구멍, 개쑥, 개죽같이, 개똥벌레, 개같은 × 등 개와 관련된 속어도 여럿 전해지고 있다.
올해는 병술년 개의 해다. 영특하기로 이름난 진돗개, 풍살개를 비롯, 삽살개, 불개 외 외국에서 수입해 온 각양각색, 크고 작은 개들로 그 종류도 다양하다. 특히 요즈음 애완견을 기르는 집들이 늘고 있으며 그 외에도 썰매를 끄는 개, 심부름하는 개, 맹인을 인도하는 개, 군견, 경찰견, 외로운 사람의 벗이 되어 주는 개도 있으니 말이다.
인간 윤리 생활에 길잡이가 되어주는 옛 글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삼강오륜이다. 오륜은 개의 세상에서도 인간들 못지않게 지켜지고 있다.
첫째, 군신유의-개는 주인에게 덤비지 않으며 순종하며 꼬리를 흔들며, 친근감을 나타낸다.
둘째, 장유유서-어린개가 큰개에 덤비지 않으며 큰개가 앞장서면 졸졸 따라다닌다.
셋째, 부자유친-새끼때는 잘 몰라도 커갈수록 어미아비 개의 털을 그대로 닮는다.
넷째, 부부유별-임신기가 돼야 님을 찾지 평상시는 무관심하다.
다섯째, 붕우유신- 한마리의 개가 짓기 시작하면 온 동네 개들이 덩달아 같이 짖어 준다.
하물며 말 못하는 짐승 개가 오륜을 지키건만 고등 동물인 인간이 이를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오늘날 중년층 이상되는 사람들은 도덕과 윤리에 대한 깊은 관심과 근심걱정하는 일들이 많고, 더 이상 땅에 떨어져서는 안될터인데 하고 장래를 우려하는 소리가 높아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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