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문학공원은 하루가 다르게 조금씩 아주 조금씩 변화의 걸음을 걷고 있다.
그동안은 공원 관리에만 전념했다면 이제 공원은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말미암아 문학공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야말로 싱싱한 생명력을 얻게 된 것이다.
너무나 잘 아는 바와 같이 토지문학공원은 박경리 선생이 1980년 서울을 떠나 이곳 원주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고 살면서 소설 ‘토지’의 4부와 5부를 집필하여 완성한 곳으로, 한국문단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칭송 받고 있는 소설 ‘토지’의 산실인 이 곳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 않도록 하기위해 조성한 뜻 깊은 공원이다.
박경리 선생의 ‘토지’는 26년에 걸친 집필기간, 원고지만 3만매 분량이 넘는 역작으로 한국인의 역사와 운명의 대 서사시이기에 누가 뭐래도 이 곳을 한국문학의 산실이라고 말하는데 이의를 제기 하지 않으리라 본다.
지난 해 여름 이후 공원에서는 지역 문인들의 시 낭송회, 문학강연회, 출판기념회, 청소년 및 일반 시민 단체의 다양한 시화전, 시와 음악 콘서트, 광복60주년항일작가 시화전, 지역 어린이들과 청소년, 일반인을 위한 문학아카데미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달 공원을 찾은 박경리 선생님께서도 내가 계속 여기에 살았더라도 2층을 개조해 작은 문학 행사가 열리도록 하고 싶었다고 하셨으며, 현재 토지문화관 관장으로 있는 따님인 김영주 관장도 어머니께서 토지를 쓰시고 완성했던 이 곳 토지문학공원이 지역의 자라나는 어린 세대들과 아울러 지역 주민들에게 작고 소박하지만 따뜻한 문화 예술 관련 행사들이 계속해서 잔잔히 펼쳐지길 기대한다는 소망을 밝혔었다.
이제 토지문학공원은 은은한 문학의 향수가 곳곳에 배어나도록 변화의 길을 가고 있다.
그동안 볼 것이 없었다는 아쉬움의 소리가 있었던 만큼 올 해에는 마치 박경리 선생이 살고 계시면서 금방까지 소설 ‘토지’를 쓰시다가 밭에 일하러 나가신 것처럼 선생님의 체취를 느낄 수 있도록 옛집을 복원하고, 2층을 선생님의 평소 소망대로 문화공간이 될 수 있도록 보수하려한다.
토지문학공원은 나날이 대한민국의 명소로, 강원도의 명소로, 원주의 명소로 차분히 그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더 튼튼히 뿌리내리기 위해 기대하는 바가 있어 문인으로써 개인적인 의견을 적는다.
‘토지의 산실’ 원주의 명소로 뿌리 내리길
고기 굽는 냄새보다 ‘문향’을 느낄 순 없을까
토지문학공원을 찾는 외지 탐방객들은 해마다 늘고 있다. 게다가 그 탐방객의 대부분이 나름대로 각 지역의 식자들로써 문인이거나 학생, 교수, 도서관이나 책 관련 종사자, 문화 예술 분야 관련자들이고 특히 박경리 선생의 작품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독자들이 주를 이룬다.
“손님은 잠시 다녀간다. 하지만 모든 것을 보고 간다”고 말한 이가 있었다. 사실이다.
광주, 대전, 부산, 인천, 진주 더 멀리는 제주에서까지 일부러 오로지 이곳 원주의 토지문학공원을 보기 위해서 먼 길을 찾아 온 탐방객들에게 토지문학공원 나름대로의 그것도 그것이거니와 공원일대에서 문학의 향기, 문화 예술의 다양한 그것들을 체험하고 보고 느끼고 듣고 맛보고 혹은 사서 갈 수 있었으면 한다.
토지문학공원을 빼곡하게 빙 둘러 싸고 있는 천편일률의 번쩍이는 휘황찬란한 술집들과 갈비집, 삼겹살집의 고기 굽는 숯불 냄새만이 아니라 문향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은 혹시 없을까?
한지의 고장에 맞는 한지 제품들, 옻칠기 고장에 걸 맞는 옻칠기 제품들, 어린이들을 위한 책 전문 서점, 그 어린이를 데리고 온 어머니들을 위한 그 어떤 것, 고서들을 살펴 볼 수 있는 서점, 일반 대중을 위한 책 카페, 토지의 시대적 배경이 될 수 있는 그 시절에 걸 맞는 체험 카페, 화방, 표구사, 헌책방, 문인협회 사무실, 또 제 각기 특별한 맛과 향을 내는 개성 있는 전통찻집 골목, 우아한 향의 커피나 차를 즐기기 위한 특색 있는 찻집들, 전통가구, 혼례복, 한복관련 상점, 아뜨리에, 목각 공예점이나 구슬공예, 전통 매듭이나 수예처럼 손으로 만드는 뭔가 자연친화적이고 사람 냄새가 물씬물씬 나는 그런….
나의 생각이 이 정도 밖에 미치지 못함이 참으로 아쉽지만 어쨌든 명실공히 한국문학의 산실인 토지문학공원을 중심으로 조금씩 주변 지도가 바뀌어서 또 다른 명소로 지역과 공원이 함께 상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 너무 꿈이 야무진 것인가?
◇고창영
토지문학공원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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