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개정안에 따르면 수도권의 성장관리 지역 안에서 대기업도 8개 첨단업종에 한해 2006년 말까지 새로 지정된 산업단지 중 단지지정 당시 공장의 신·증설 계획이 반영돼 있을 경우 공장신설 또는 증설을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대로만 한다면 수도권에 대기업의 첨단업종에 대한 대규모의 공장신설과 증설이 가능하게 되고 이것은 그동안 공장총량제 등으로 수도권에 대한 규제를 한시적이지만 완화하겠다는 정책으로 수도권 인구의 달래기식 선심공세라고 볼 수 있다.
강원도와 비수도권은 이 법안이 지난 1994년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금지돼 왔던 수도권내에 국내 대기업의 공장 신설이나 증설에 대한 규제를 사실상 해제하는 것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특히 도내 7개 상의는 공동으로 지난달 11일 수도권규제완화 철회촉구 건의서를 국회, 산자부 등 관계기관에 제출했다. 지난달 25일에도 원주상공회의소를 비롯한 도내 7개 상의와 상공인들은 춘천 시민회관에서 대규모 궐기대회를 열고 수도권 규제완화를 철회하라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으며 며칠 뒤인 29일 대구 두류공원에서는 전국 3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수도권규제 완화철회 규탄대회를 가지는 등 강력하게 반대운동을 펼쳤다.
또한 지난 1일 광주에서 전국의 시·도지사가 모여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방침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향후 대책을 협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국의 반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을 비롯한 정부의 정책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여 매우 안타까운 가운데 이번 규제 완화 방침은 행정도시 특별법의 합헌결정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충남 이전이 가속화 되고 176개의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함에 따른 수도권 지역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의 이른바 빅딜(Big Deal) 방안으로 보여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원주로서는 매우 실망스런 일로 여겨진다.
이번 수도권의 규제완화 조치는 참여정부의 국정 목표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국가균형발전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정책이다.
그동안 정부는 지방으로 권한을 이양하는 분권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산업과 인구를 국토 공간에 정상적으로 분포시키는 분산정책을 통해 지역간 불균형을 시정해 나가는 국가균형발전 전략을 추진해왔다.
범국민운동 펼쳐 국가균형 발전 이룰 것
그러나 이번 조치로 지금까지 쌓은 정부의 신뢰성에 의문이 가며, 다시 수도권으로 모든 산업이 집중될 것으로 보여 심히 우려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원주시에서 추진해 상당한 성과를 올렸던 의료기기산업을 비롯한 첨단 업종의 수도권 기업들이 지방이전을 꺼리게 됨은 물론이고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기업도시 육성사업에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특히 금년 들어 지금까지 60여 개의 기업을 유치하여 지역 발전을 도모해왔던 원주시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지역의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되어 오히려 지방에서 수도권으로의 역이전이 예상됨에 따라 지역 경제를 고사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팽배해 지고 있다.
더욱이 50만평의 대규모 공단을 조성하고 있는 원주시는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여기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대처방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미 수도권은 그동안 규제완화 이후 공장설립 보다는 부동산 투기현상이 심화되고 난개발의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환경오염, 지가상승 등 사회적 비용의 증가 등을 고려한다면 지방산업단지에 대한 투자를 늘려 지역의 특성에 맞는 산업단지를 조성해 나가는 것이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지방의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지방과 수도권이 함께 살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의 우선순위는 수도권 규제완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방산업단지의 활성화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수도권 집중에 대한 폐해는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으며 지방은 지방대로 성장의 동력을 상실한 채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마련되지 못한 상태에서 오직 수도권 규제완화라는 미봉책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따라서 원주상공회의소는 수도권규제 완화방침이 철회되도록 전국적인 연대감으로 범국민운동을 펼쳐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국정목표가 수도권 규제완화라는 정책수단으로 좌초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 줌으로써 수도권과 지방의 갈등 관계를 벗어나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최선의 정책방향을 도출해 내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안정신(원주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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