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수도 끊긴지 6개월

방에서 숨진채 뒤늦게 발견

친척 이웃 국가로부터 소외

“옛날엔 모두가 가난했지만 그래도 정이 있어 지금보다 좋았는데, 이제 얼음보다도 차가운 사회가 돼 버렸으니…”
한 이웃의 죽음을 지켜본 명륜1동 주민들은 이웃에 대해 무심했음을 자책하며 안타까워 했다. 지난 25일 낮 알코올 중독자로 알려진 심모씨(52)가 집에서 숨져있는 것이 이웃노인에 의해 발견됐다.


저소득세대가 상을 당하면 장례 일체를 도맡기로 한 자율방범대가 이날 저녁 심씨 집을 방문했을때 학교에서 돌아온 딸 지은양(14·가명)은 아무것도 모른채 깜깜한 방안에 앉아 있었다.
촛불이 켜져 있는 방에 들어가 이불을 젖히자 싸늘하게 굳어버린 신씨의 사체가 드러났고 지은이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방을 뛰쳐나갔다. 언제나처럼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이불을 뒤집어 쓴채 잠을 자고 있는 것으로만 알았던 것이다.


신씨는 정확한 사망 원인도 날짜도 밝혀지지 않은채 세상을 떠났다. 평소에 인연을 끊고 살던친척들도 사인을 궁금해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검조차 안했다.
부인은 수년전 집을 나간뒤 소식이 끊겼다.


자율방범대에 따르면 방 안은 사람이 살고 있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엉망이었고 6개월전 전기와 수도가 끊기고 난방도 되지 않아 생활자체가 불가능해 보였다. 또 방안에 있는 약봉투와 피를 토한 흔적으로 미뤄볼때 신씨가 질병으로 고생해온 것으로만 추측이 가능할 뿐이었다.
이날 대원 30여명은 밤을 세워 시신을 지키고 염을 한뒤 다음날 화장을 해줬다. 지은이에게 유일한 혈육인 아버지의 흔적을 남겨주기 위해 특별히 납골당에 보관하도록 배려했다.


장례비용은 방범대와 개발위원회, 민간사회안전망, 새마을 부녀회에서 지원해 85만원 상당을 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신씨에게는 너무도 늦은 도움의 손길이었다. 김정윤 대장은 “시신은 미라보다 더 피폐한 상태였고 말 못할 사연이 많은듯 끝내 눈을 감지 않아 가슴이 더욱 아팠다”고 말했다.
또 “각종 지역단체와 봉사단체가 좋은 일을 많이 한다면서도 막상 그늘에 가려진 어려운 이웃을 못보고 살았다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각박하고 메마른 사회현실을 통탄했다.


이 지역 통장은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지정받도록 해주려 했는데 재산이 있는 친척이 있는 것으로 조회돼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면서 “핏줄을 나눈 친척이나 옆집에 사는 이웃이나 이들 부녀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며 마음 아파했다. 밤새워 시신을 지켜줄 한 방범대원은 “사람이 사는 집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며 “홀로남은 지은이가 이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가슴이 답답하다”며 안타까워 했다.
<함미선 기자>  msha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