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업이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는 사실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농촌은 개발독재시기 저임금을 지탱하기 위한 저곡가 정책, 탈농정책으로 피폐해져갔고, 화학비료와 농약을 쏟아붓는 녹색혁명으로 인해 땅마저도 망가져 버렸다. 벼랑으로 밀린 농촌은 친환경농업으로의 전환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환경과 소비자의 건강을 지키는 친환경농업은 이른바 웰빙바람을 타고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다.
작년 원주시 집행부가 전국 최초로 친환경농업육성조례를 제정하겠다고 나서 많은 농민들의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부실한 내용으로 인해 시의회를 통과되지 못했다.) 당시의 조례안에는 친환경농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호저면 지역을 생명농업지구로 육성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 내용도 불분명한 기업도시 유치지역으로 호저면 무장리, 매호리, 산현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어려운 조건에서도 환경농업을 일구고 있는 지역에 기업도시를 유치하겠다니, 원주시가 환경농업을 육성할 마음이 있기는 한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몇 년전부터 학교급식을 안전한 우리 농산물로 차리기 위한 시민들의 노력이 ‘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WTO 핑계를 대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지역의 농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지역의 농산물이 지역내에서 소비되는 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량이 큰 공공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농산물 수입개방에 열을 올리고 있는 미국이 역설적으로 자국의 학교급식에 자국산 농산물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다.
최근 상지대학교가 우리 지역의 환경농업단체인 원주생활협동조합에서 생산한 무농약 쌀과 채소를 사용하여 학생식당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연 1억원 가량의 비용을 대학에서 부담한다고 한다. 상지대학처럼 친환경농산물은 아니더라도, 지역의 농산물을 지역내의 학교급식에 이용할 수는 없는 것인가? 기업도시 유치니, 30만 원주 만들기니 하는 개발전략에 쏟는 노력의 10분의 1이라도 지역농업을 보호하는데 관심을 돌릴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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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건설업체 줄도산 위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