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호 (원주민예총 지부장)

치악제가 강원감영제로 변경됐다. 많은 논란끝에 결정된 사안이다. 그러나 아직도 개운한 맛이 나질 않는다. 또 정체성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정체성 논의에 보탬이 될까하여 몇자 적어본다.

‘치악제’가 ‘치악산 꿩축제’로 보강되어야 하는 10가지 이유는 첫째 치악(雉岳)이기 때문이다. 꿩-雉, 뫼-岳 원주축제도 아니고 북원축제도 아닌 치악제이기 때문이다. 치악이란 꿩을 바탕으로 탄생하였음을 분명히 알릴 필요가 있다.
둘째 ‘은혜갚은 꿩이야기’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있기 때문이다.

교과서에 실릴만큼 대중적인 이 설화가 우리 지역의 ‘상원사 종’이란 사실까지 알리는 일에 이만큼 유리한 조건이 어디 있겠는가!

셋째 꿩은 원주의 시조(市鳥)이기 때문이다. 시화는 장미, 시조는 꿩인데 꿩에 대한 형식적 홍보만이 있을뿐이다. 시조로 선택되었을때의 그 철학적, 지역적, 역사적 가치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고 그것은 축제를 통해서 알릴 때 가장 효과가 크다.

넷째 꿩 축제는 지역의 특산물 축제가 아닌 이미지를 구축하는 축제가 되기 때문이다. 꿩 이야기를 통해 원주가 보은의 도시, 충절의 도시 등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음과 동시에 그에 따른 창조적이고 자발적인 문화양식을 생산해 낼수가 있다.

다섯째 도농복합형 도시인 원주가 전 시민, 전 계층이 참여하여 하나의 중심으로 묶어낼 수 있는 유일한 축제이기 때문이다.
현재 원주에 산재해 있는 크고작은 축제들이 있으나 이 모두를 아우르는 내용과 형식의 일관된 상징이 부족하다. 치악제의 정체성 확보여부에 따라 여타의 축제들이 재편되거나 좋은 방향으로 연대할 수도 있다.

여섯째 꿩이야기를 통해 원주가 고려의 묘상지임을 알릴수 있고 이는 통일한국을 앞당기는데 밑거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신라시대까지 적악(赤岳)산으로 불리던 것이 고려시대에 치악(雉岳)산으로 불리워졌다는 사실과 원주가 후삼국시대에 군웅이 할거하며 치열한 왕권쟁탈전을 벌이다 드디어 왕건이 등극하였다는 점. 그래서 문막에 건등산이 있다는 점. 자랑스런 통일한 국의 기틀을 여기서 잡았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현재 광복60주년, 분단60주년을 맞아 다시한번 통일한국의 기운을 모아나가는데 원주가 원동력임을 확인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곱 번째 꿩은 역사, 예술과 함께 생태를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꿩 전설이 가지고 있는 설화의 예술성, 탄생의 배경인 상원사 종의 역사 그리고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태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있다. 꿩은 산에 살고 있으며 야생으로서 생태환경이 잘 보존되지 않으면 살 수 없고 이는 여타의 동식물도 같이 보존되어야만 가능하다는 생태학적 관점이 배어있는 것이다.

여덟 번째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간 축제 참여단체는 원주지역의 전 단체를 망라하지 못했다. 냉소적인 단체에 대한 설득작업도 부족했지만 문제는 원주의 정체성을 제대로 부각 시키지 못함으로 인해 많은 단체들이 함께할 기회를 조직하지 못했다. 이러한 정체성 확보는 그간 소원했던 치악제에 새로운 참여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아홉 번째 여타의 산축제와 변별되기 때문이다. 산을 아우르면서도 산에 연연해 하지 않고 그 정신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과 다른 지역에는 없는 독특한 축제, 꿩으로 상징되는 치악제는 바로 그 점을 살리고 있다.

열 번째 축제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문화, 예술, 관광과 관련된 시책을 꾸준히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축제때만 치루고 마는 것이 아닌 일년 내내 원주의 이미지 구축을 위한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중심 마인드로 작용할 수 있다. 금대리 관광특구, 사찰 순례, 조형물설치 작업, 읍면동 작은 축제에 연계하여 예술품전시, 장터의 활성화 등을 개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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