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길 사고우려 운행 기피 … 시민들 강추위에 발 동동

구랍 25일 새벽2시, 하얀 눈이 내린 크리스마스를 반기던 시민들은 귀가길 얼굴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1시간 넘게 택시를 잡지 못해 추위에 떨며 발을 동동 굴러야 했기 때문. 비슷한 시간 갑작스런 폭설로 버스가 연착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린 승객들은 하염없이 택시승강장에 서 있었다.
쏟아지는 눈 사이로 드문드문 나타나는 택시는 승객에게 양해를 구한뒤 같은 방향으로 가는 또다른 승객을 찾느라 분주한 모습. 기다리다 못한 김모씨(35·태장2동)는 단잠에 빠져있는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차로 데리러 와달라고 부탁했다.


눈이 쏟아지거나 강추위로 도로가 얼어붙으면 택시 잡기가 힘들어진다. 자가운전자들이 승용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택시가 부족해진 이유도 있지만 교통사고를 우려한 택시기사들이 운행을 회피하기 때문이다.
개인택시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9년이상 무사고를 기록해야 하는데 겨울철 눈길이나 빙판길에서는 사고위험이 높다는게 이유다.
7년간 개인택시를 몰았다는 최모씨(37·ㄷ운수)는 “눈오는 날은 천천히 다니기 때문에 사납금을 채우기 어렵고 사고도 걱정돼 쉬는 날이 많다”면서 “택시기사가 사고를 내면 면허 취득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터무니없는 금액을 요구하는 악질 운전자도 있다”고 말했다.


20년 넘게 모 택시회사에서 일한 김모씨(64)는 “운이 없어서인지 교통사고 때문에 아직 면허를 받고 못하고 있다”면서 “겨울철만 되면 가슴이 조마조마해진다”고 했다.
원주시 관계자는 “운행을 안하는 실태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사고가 걱정되는 경우 스페어(대기)기사를 운행하기 때문에 택시수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사고 경력과 함께 근무일수도 채워야 하는 부담때문에 택시기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주머닛돈을 털어 사납금을 마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택시기사 신모씨(40)는 “야간 기사들은 사납금이 주간근무자의 4분의 1 정도이기 때문에 운행을 안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택시면허제도가 개선되지 않는한 겨울철 택시잡기는 계속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함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