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훈 (민주노동당 원주지역위원회 지방자치위원)

김기열 원주시장의 공무원노조 혐오가 도를 지나치고 있다. 공무원노조의 지부사무실을 철거하기 위해 물리력이 사용되는가 하면, 시청집무실을 들어가기 위해 경찰력이 동원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시장의 공무원노조 탄압에 항의하는 수십 명의 시민들은 시장에 의해 고소·고발됐다.

김기열 시장은 하위직 공무원 출신으로 민선시장에 두 차례나 선출되었으니 그 자부심이 대단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 김기열 시장에 기대를 걸었던 이유 중의 하나가 누구보다도 공직사회를 잘 알고 있을 것이란 점을 꼽기도 했다. 전국에서 최초로 공무원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며 공직사회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의 상생의 길을 모색할 때만 해도 그 기대는 그리 틀리지 않은 듯 했다.

그러나 정부의 일방적인 특별법 제정에 항의하는 공무원노조의 하루파업이후 김기열 시장의 일련의 대응은 행정행위가 아니라 보복행위로 느껴질 정도다. 비록 반쪽짜리긴 하지만 이미 공무원노조특별법마저 제정된 상황이고, 행정자치부에서도 공무원노조와의 간담회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김기열 시장은 이를 애써 외면하는 듯 하다.

시청에 들어설 때마다 마주해야 하는 공무원노조의 농성천막을 보며 근무해야 하는 공무원들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추운 겨울 내내 지켜온 그들의 천막이 일개 ‘청소대행업체’에 의해 폭력적으로 뜯겨져 나가는 모습에 울분을 삼키지 않을 공무원 동료들이 어디 있겠는가? 원주시의 행정이 제대로 될 리가 만무하다.

이제 며칠 후면 원주시의회 임시회가 9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회된다. 추경예산안과 몇가지 조례 제·개정안이 처리될 것이라 한다. 그러나 원주시의회에서 김기열 시장과 공무원노조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많이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나 우리 사회의 지방자치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지역주민의 의사를 대변해야 할 지방의회가 지역토호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것이 많은 학자들의 지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의회 본래 기능인 조례제정권은 유명무실해져 회기당 의원에 의해 발의되는 조례가 1건을 넘기가 어렵다. 지역 현안에 대한 공익적 조정력을 발휘하기 보다는, 자기 선거구에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음주추태를 서슴지 않았던 것이 우리 시의회의 지난 모습이다.

원주시의회의 소임은 원주시의 행정을 감독하고 견제하는 일이다. 지역의 현안에 대해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주고 문제해결에 앞장서는 것이다. 지금 우리 지역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김기열 시장과 공무원노조의 갈등이다. 원주시의회가 문제해결에 발벗고 나설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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