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원중 제8회 동기생 손종진(언론인)

입춘이 지났지만 아직도 치악산에는 잔설이 허옇고 바람은 찬데 친구는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나 영원의 나라로 가셨습니다.
이른 아침 귓전을 때린 친구의 부음은 설마 무슨 일이야 있을 것인가 안일하게 생각했던 우리의 기대를 산산 조각나게 했고 밀물처럼 밀려오는 깊은 슬픔 속에 잠기게 했습니다.

사람들은 인생의 죽음을 아름다운 소풍이나 휴가철의 민박 등으로 화려하게 수식하려 하지만 친구의 죽음은 그 어떤 말로 미화하려해도 너무나 아쉬움이 큰 우리와의 이별이었습니다.

이 국장은 좀 더 이 지역과 우리 곁에 있어줘야 할 큰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공직생활에선 유능한 행정가였고 부모님껜 효자로, 친구들에게 다정다감한 벗이었습니다.

주의주장이 분명하고 매사에 명쾌해 많은 어려운 일을 도맡아 처리 했고 어려운 지역민과 친우들을 성심껏 도와 생전에 친구의 주변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었지요. 친구의 안방에 걸려있는 승우여운(勝友如雲-좋은 친구들이 구름처럼 몰려옴을 뜻함)이란 휘호처럼 말입니다.

3개월 전에 아버님이 별세하자 상중 내내 눈물로 지새우던 당신의 효심 또한 지극했습니다.
아버님이 못내 그리워서 이토록 빨리 뒤를 따라 가셨더란 말입니까?

지난 1월 26일 우리 집에 와서 간절히 기도해주던 이병훈 장로의 모습과 병상에서 위해 기도할 때 내손을 꼭 잡던 그 손의 온기를 다시 보고 느낄 수 없게 됐으니 참으로 서럽습니다.

친구의 60여 생애는 세상공직으로는 부이사관에, 섬기는 교회에선 장로반열에까지 올라 성속(聖俗) 간에 분명히 성공한 사람이었습니다만 남은 여생 장로로서 더 헌신하지 못하고 떠난 것이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합니다.
친구여, 이제 우리도 작별을 고해야할 것 같소.

그 동안 나그네 같은 인생길 걸어오시느라 얼마나 고단하셨겠습니까.

이제 이승의 짐 보따리 모두 내려놓고 하늘나라 주님 품에서 편히 쉬시며 영생복락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못다 이룬 일은 준구, 현구 형제와 남아있는 이승사람들이 다 알아 할 터이니 걱정 마시고 영면하십시오. 우리도 이 세상 소풍 끝나면 다 가야할 터이니 그때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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